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암살…北 공작의 역사

여성 공작원 등장, 독침·독극물 사용 등 수법 추정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국제공항에서 피살된 가운데 사건 배후에 북한이 관여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확한 사인과 암살 배후 등이 밝혀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공공장소에서의 대담한 범행과 독극물 스프레이나 독침에 의한 살인, 여성이 용의자로 지목되는 점 등으로 보아 암살이 북한 소행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5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北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피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과거 북한은 암살작전을 수차례 펼쳐왔고, 범행에 여성 공작원이나 독침·독극물 등을 사용해 온 전력이 있다.

지난 1997년 2월 15일에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아내 조카였던 이한영 씨는 경기도 성남시에 있던 자택 엘리베이터 앞에서 총에 맞아 숨졌다. 1982년 귀순한 뒤 암살 위협을 피해 수차례 거처를 옮겨 다녔지만 끝내 피살된 것이다.

당시 안기부(국가안전기획부)와 경찰은 용의자를 체포하지 못했고, 범인들이 북한으로 돌아간 뒤에야 북한 공작원 소행임을 확인했다.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던 황장엽도 1997년 남한으로 망명한 뒤 끊임없이 암살 위협에 시달렸다. 실제로 2010년 4월에는 '황장엽 암살 2인조'가 검거되기도 했다. 이들은 탈북자로 가장해 태국에서 강제추방되는 형식으로 입국했으나, 첩보를 입수한 사정 당국에 의해 덜미가 잡혔다.


남한 국민을 독침으로 살해하려 한 사건도 있었다. 2011년 10월 대북 전단 살포 운동을 하는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탈북자 출신) 대표를 암살하려 한 탈북자 출신의 공작원 안모 씨가 검찰에 붙잡혔다.

안 씨를 검거한 현장에서는 독총과 독침이 발견됐다. 볼펜 모양의 독침은 뚜껑을 오른쪽으로 다섯 번 돌리면 침이 발사되는 형태다. 침에는 10mg만 인체에 들어가도 즉사하는 독약 성분(브롬화네오스티그민)이 묻어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튜브 갈무리)
북한은 암살이나 테러, 첩보 활동 등에 여성 공작원을 활용하기도 했다.

2008년 7월 간첩 활동 혐의로 체포된 원정화는 국가안전보위부 소속의 여성 공작원이었다. 원 씨는 김모 소령과 황모 대위 등을 만나 군사기밀을 빼내 오다 2008년 붙잡혔다.

1987년 'KAL기 폭파 사건'의 범인도 여성 공작원이었다. 당시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김현희는 '하치야 마유미'란 이름으로 일본 여권을 사용했지만, 폭파 전 아부다비 국제공항에서 내린 점을 이상하게 여긴 국내 정보당국의 추적 끝에 붙잡혔다.

김 씨는 안기부 조사에서 당시 북한 지령을 받아 대한항공 858기를 폭파했다고 자백한 바 있다. 함께 범행을 저지른 남성 공작원은 체포된 이후 독약을 먹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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