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김정남 피살' 소식에 석연찮은 모르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사진=자료사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피살됐다는 소식이 '정부 소식통'과 외신 보도로 14일 전해졌다. 그러나 정부는 이날 밤 늦게까지 아무런 사실관계를 언론에 확인하지 않거나 못하면서 의도와 배경에 의문을 낳았다.

외교부는 취재진에 "확인해 줄 수 없음"이라는 문자메시지만 배포했고, 통일부도 똑같은 대응을 보였다. 앞서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김정남 피살설 첩보가 접수된 직후 외교부·국가정보원 등에 '사실 확인' 지시가 내려졌지만 밤 늦게까지 정부의 공식 입장은 '확인해 줄 수 없다' 뿐이었다.


정부 관계자는 "실제로 사실 확인이 잘 안돼서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하는 것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 말대로라면 정부는 김정남이라는 북한의 요인을 정보망 밖에 방치해왔다는 얘기가 된다. 김정은에 밀려 망명 생활을 이어오던 김정남은 2010년 '3대 세습을 반대한다'는 발언을 하는 등 요주의 인물이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경찰은 전날 신원 미상의 북한 남성이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병원으로 이송되는 도중 사망했다고 밝혔다. 또 해당 병원 응급병동 직원은 '사망자는 1970년생 김씨'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공공장소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김정남과 비슷한 연배의 북한인 피살자라는 단서는 외교부나 국정원 정보망이 가동되기 충분한 사안이다. 그런데도 사건 발생 하루가 지나도록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러는 동안 '정부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는 쏟아져 나왔다. 북한 소행으로 추정되는 독침 피살사건이고, 범인은 2명의 여성이며 신원확인 및 검거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줄줄이 보도됐다.

국정원이 국회 정보위에 출석해서도 김정은 피살설에 모르쇠로 일관한 점에 비춰 볼 때, 이 소식이 비공식 루트로 전파되는 과정 역시 의심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가 공식 확인은 기피하면서, 뒤로는 피살설을 확산시킬 '이용가치'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정치권 일각에서 나온다.

외교관계에 정통한 한 인사는 "우리 정부도 김정남 신원 확인을 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북한과 말레이시아 간 외교 사안이기에 정부가 어설프게 개입할 수 없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