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은 14일 오후 이 부회장에 대해 뇌물공여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위반(위증)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했다. 이 부회장에 대해 영장을 청구했다가 지난달 19일 법원에서 기각된 지 26일 만이다. 특검은 "이 부회장에 대해선 이런 혐의 외에 추가 혐의와 죄명이 있다"고 밝혔다.
특검은 지난번 1차 영장 청구 때 문제가 됐던 '삼성합병'과 '대통령 독대'의 시점차 해소를 위해 합병 이후 상황에 주목해 보강수사를 펼쳐왔다. 삼성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한 이후 신규순환출자 문제가 발생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청와대를 통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부분이다.
특검은 공정위의 이같은 결정이 이 부회장과 박 대통령의 2015년 7월 독대 이후에 내려진 결정이라는 부분이 뇌물관계를 입증한다는 입장이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측을 통해 입수한 업무수첩 39권에 삼성 관련 지시사항이 세세하게 녹아있다는 점은 1차 영장 청구 때보다 특검에 유리해진 상황이다.
특검은 특히 지난번 영장을 청구할 때 적시한 430억원대 뇌물공여 혐의 외에 추가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삼성이 신규순환출자 해소 문제와 관련해 최순실씨 측에 마필을 구매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삼성이 비타나V 등 연습용 말 두 필을 덴마크 중개상에게 넘기면서 돈을 추가로 제공하고 시가 30억원 상당의 블라디미르 등 명마 두 필의 소유권을 넘겨받은 부분이다.
대한승마협회장인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에 대해 동시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도 특검이 승마 지원에 주목하고 있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특검은 '삼성 고위임원 불구속 수사'라는 기존의 원칙을 뒤집고 구속수사 가능성도 열려있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와 별도로 특검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이 가능하도록 한국거래소가 규칙을 바꾸는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부회장과 박 사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오는 16일 서울중앙지법 서관 319호 법정에서 한정석 영장전담판사 심리로 오전 10시 30분 열릴 예정이다.
만일 특검이 이 부회장의 영장을 발부 받는다면 박 대통령을 겨냥한 뇌물죄 수사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강요로 최씨 모녀를 지원한 것이지만 대가성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삼성의 '피해자 프레임'이 완전히 깨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로 이 부회장의 영장이 기각된다면 특검 수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박 대통령의 뇌물죄' 입증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수사는 동력을 잃고 특검 수사의 존립도 위태로워질 가능성이 높다. 특검의 명운을 판가름할 이 부회장의 영장 발부 여부는 16일 밤늦게 혹은 17일 이른 새벽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