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우리나라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외교 컨트롤 타워가 부재한 가운데 현 상태를 유지하는데 급급할 수밖에 없어 아쉬움이 큰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이틀 동안 오찬과 만찬을 각각 2번씩 가졌다. 이어 27홀 골프 라운딩을 통해 양국간 우호를 확인함은 물론 물론 개인적 우정까지 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베 총리는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는 '선물 보따리'를 준비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아태 지역에서의 일본 자위대 역할 확대 사능성을 시사하며 굳건한 안보동맹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을 아태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주춧돌이라 칭하며 중·일 영유권 분쟁에 휩싸인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열도에 대해 "미·일 안보조약 제5조의 적용 대상"이라며 일본을 안심시키기도 했다.
앞서 미국과 일본도 트럼프 신 행정부 출범 전부터 한·미 관계처럼 아슬아슬한 순간들을 겪었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미·일동맹 재검토'란 트럼프 대통령의 돌출 발언에 더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미국이 탈퇴하면서 양국 관계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이러한 불투명성을 이번 정상회담에서 상당 부분 씻어낸 것이다.
일본이 이처럼 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던 것은 일관성 있는 실리주의적 외교와 탄탄한 국내 지지율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한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과의 외교에서 무엇이 이득인지 따지고 불필요한 부분은 생각지 않는 일본의 '실리주의'때문에 선물 보따리를 가득 안은 채 발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가 이슬람권 7개국 국민의 한시적 입국을 거부한 '반(反)이민 행정명령'에 대해 G7국가 지도자 중 유일하게 평가를 하지 않고 입을 다문 것 역시 이같은 실리주의의 한 예로 볼 수 있다.
이밖에 지난 연말 한 때 추락했던 아베 정권의 지지율이 최근 들어 급상승하면서 안정감있는 외교가 가능하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조세영 동서대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집권 5년차를 맞은 아베 총리의 지지율이 상당히 높게 나타나고 있어 미국과의 외교에서도 국내 반대가 조금 있더라도 (자신감을 갖고)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특별히 (일본의) 노선이 달라졌다기보다는 아베 집권 초기부터 죽 미국과의 외교에 있어 나름의 포석을 둬가면서 해 온 것의 연장선상"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의 외교적 상황에 대한 아쉬움과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우선 2015년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을 강행하면서 대중 외교에 힘을 실었으면서도 다시 미·일 중심의 강대국 외교로 회귀한, 철학없는 '눈치보기'식 박근혜 외교의 실패가 여실히 드러난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당초 우려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동북아 지역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각국의 공헌을 늘릴 것을 최근 밝혔다. 이에 따라 우리로서는 다시 한번 기회를 엿볼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탄핵 정국에서 체계적인 대미 외교 대응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잡혀있지 않은 한국으로서는 미·일 회담이 먼저 이뤄졌다는 점은 신경을 써야 할 대목이다. 예컨대 현재 한·일 갈등이 빚어진 소녀상 설치 문제 등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본의 논리가 먼저 주입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독일 본에서 16~17일(현지 시간) 열리는 G20 외교장관회의 계기에 한·미 외교장관 회담이 개최되면, 그 결과에 따라 국민들의 우리 외교에 대한 불안이 심해질 수도, 진정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