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2.8%까지 떨어졌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지난 달에는 3.13%까지 상승했다. 이 같은 금리상승은 미국 금리인상 등에 따른 시중금리 상승과 함께 가계부채 급증세를 억제한다는 명분으로 은행이 대출금리를 올린 결과다.
특히 아파트 중도금 대출의 경우 5%를 넘어섰다. 일년 사이 2%포인트 정도 올랐다. 통상 공사가 보증하는 중도금 대출은 은행들이 떼일 염려가 거의 없기 때문에 주택담보대출 금리보다 낮다. 하지만 집단대출이 가계부채 급증의 주범으로 지목되자 은행이 대출을 줄이는 대신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린 결과 올 들어서는 역전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지난달에는 주택거래 감소화 함께 정부의 대출억제 정책이 효과를 발휘해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폭이 1천억원에 그쳤다. 지난 2014년 1월(-2조2000억원) 이후 3년만에 최소 증가폭이다.
문제는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서는 은행이 여신심사를 강화하는 것은 좋지만 이를 빌미로 금리를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금리를 올리면 은행의 수익은 좋아지겠지만 소비자 부담은 커지기 때문이다.
집단대출의 경우를 예로 들면 중도금은 분양가 중 계약금(10%)과 잔금(20~30%)을 제외한 60~70%를 차지한다. 분양가 5억원인 아파트 1천 가구를 분양할 경우 대출금리가 연 1%포인트 상승하면 입주자 부담이 30~40억원 증가한다. 소비자가 떠안게 된 이 부담은 고스란히 은행의 수익으로 돌아간다.
가계대출 억제 정책으로 사실상 은행의 대출한도가 정해진 상황에서 대출 받기가 쉽지 않은 소비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높은 금리의 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일부 은행들은 이른바 대출을 해주는 대가로 예금을 강요하는 꺾기 관행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금융소비자 연맹 강형구 금융국장은 "대출수요를 억제하는 규제효과를 이용해서 금리 이득을 챙기는 것으로, 은행들이 겉으로는 소비자 보호를 외치면서 뒤로는 실속만 챙기는 부도덕한 영업 행위"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