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탄핵을 둘러싼 '촛불'과 '태극기'의 역설

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2월 탄핵·황교안 사퇴·공범세력 구속·촛불개혁 실현’ 14차 촛불집회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두 달 전 오늘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후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됐고 탄핵열차는 출발했다.

탄핵열차는 지금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정이 내려지는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시간은 흘러 흘러 이제 달력 한 장만 넘기면 종착역에 다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런데 종착역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안절부절못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탄핵 당사자이자 최순실 게이트의 피의자인 박근혜 대통령과 '박근혜 사람들'이다.

이들은 갖은 수단과 방법으로 탄핵열차의 속도를 늦추거나 멈추게 하려 애쓴다. 심지어는 열차의 탈선까지 염두에 둔 듯 행동한다.


특검의 대면조사를 받겠다던 대통령은 막무가내 생떼쓰기로 조사를 거부하고, 대리인단은 시간 끌기 지연전술로 헌재 심판을 농락하고 있다.

급기야 박 대통령 측 대리인인 손범규 변호사는 9일 CBS 인터뷰에서 본색을 드러냈다. "(박 대통령이) 특검 조사에 처음부터 응하지 않았어야 정답이고, 지금이라도 (특검) 조사에 응하지 않는 게 최선의 길"이라고 말이다.

그는 이날 한 토론회에서 한 술을 더 떠 "탄핵 기각을 확신하며, 헌재 심판은 비이성적 마녀사냥 여론재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람 불면 촛불이 꺼진다"고 말했던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도 같은 행사에서 "촛불은 이미 태극기 바람에 꺼졌다"고 주장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보수성향 인터넷 1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태극기 집회를 가리켜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의 수호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에서 당명을 바꾼 자유한국당은 당 로고를 태극기를 연상시키는 모양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국정농단과 헌법유린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한 장본인과 부역자들이 '태극기'를 앞세워 탄핵기각 운운하며 보수층 결집을 시도하면서, 동시에 1000만 촛불에는 종북(從北) 좌파의 프레임을 씌워 공격하는 양상이다.

결과적으로 대한민국의 국가 상징물인 태극기가 '박근혜 살리기'를 위한 목적으로 온당치 못하게 이용되고 있는 셈이다.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8일 오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기각 촉구 기자회견’ 을 갖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태극기와 애국가는 특정 개인이나 집단, 세력의 전유물이 아니다.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모든 국민의 것이다. 지금까지 14차례 촛블을 들어왔던 전국의 수많은 국민들은 태극기를 사랑하는 것이고 이용하려 하지 않을 뿐이다.

많은 국민들이 손에 든 촛불은 어둠을 밝히는 빛이고, 비폭력을 상징하는 평화이며, 화합과 단결을 소망하는 기도(祈禱)이다. 그리고 촛농은 새벽을 기다리는 간절한 눈물이다. 그 누구를 배척하려는 이념적 갈라치기의 촛불이 아닌 것이다.

지난해 11월 4차 촛불 집회 때 가수 전인권이 처절하게 불렀던 애국가에 많은 사람들은 전율했고, 눈물을 흘리며 우리가 하나임을 확인했다. 태극기와 애국가는 촛불 시위나 태극기 집회에서 모두 등장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탄핵정국이 길어지면서 이른바 '촛불'과 '태극기'로 양분된 민심의 분열상이 회복 불능 상태로 변질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양측의 힘겨루기가 고조되면서 이번 주말 집회에 '촛불'과 '태극기'의 일대 회전(會戰)이 예상된다.

차제에 언론에서도 '촛불'과 '태극기' 대신에 탄핵 찬성 집회, 탄핵 반대 집회로 고쳐 부르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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