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비법' 개정안 우려? CGV '독점 로망'이 더 걱정"

(사진=자료사진/노컷뉴스)
'영비법' 개정안을 두고 멀티플렉스 극장과 영화계의 입장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서정 CJ CGV(이하 CGV) 대표이사는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 CGV 여의도점에서 열린 '2017 CGV 영화산업 미디어포럼'에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영비법' 개정안은 지난해 10월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과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이 각기 발의했으며 주요 골자는 스크린 독점 방지를 위해 대기업의 영화상영업과 배급업을 규제하자는 내용이었다.

서 대표는 "'영비법' 개정이 국내 영화산업 발전에 득이 될지에 대해서는 여러 이해 관계자들이 모여 다시 한 번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한국영화 산업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큰 그림을 봐야 하는데 작은 부분에 매달려 성장 기회를 놓치는 것이 아닐까 우려된다"고 이야기했다.

대기업의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대해서도 해명하고, 영화가 산업으로서 가지는 시장논리를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흥행한 예술영화 중 CJ엔터테인먼트 배급 영화는 하나뿐이었다. 자사 영화 밀어주기는 시장논리에 맞지 않는다"면서 "기본적으로 영화는 흥행산업이다. 예술성도 물론 중요하지만 상영관 운영은 시장논리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일방적으로 극장에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그 논리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영비법' 개정안에 참여한 영화계 관계자는 이 같은 CGV의 입장에 대해 "지난 몇 년 간 전혀 발전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공정위 시정명령도 있었고, 소송도 있었으니 CGV나 다른 멀티플렉스들이 스크린 배정을 너무 자사 영화에만 몰아주지 않도록 조심한 것은 알고 있다"면서도 "그렇지만 그건 최종적 문제 해결이 될 수 없지 않느냐. 극장 입장은 4년 전과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고 꼬집었다.

단순히 자사 영화를 얼마나 상영했느냐는 것은 '영비법' 개정안의 중요 쟁점이 아니다. 산업 발전을 억제하기 보다는 소수 자본이 독점한 산업을 정상화 시켜 장기적으로 공정한 경쟁을 가능케 하자는 이야기다.

그는 "자사 영화를 상영한 수치가 중요한 게 아니다. 극장을 갖고 있는 배급사와 그렇지 않은 배급사의 완력 차이는 엄청나다. 독과점 없는 수직계열화라면 우리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면서 "미국의 경우 상영과 배급을 겸해도 전체 극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5~10% 안쪽이다. 그런데 현재 국내 멀티플렉스는 90% 이상 상영업을 독점하고 있고, 여기에 배급까지 합쳐지면 (독점이) 배가 되니까 고리를 끊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정적으로 CGV가 글로벌 확장을 꿈꾸는 것은 좋지만 공고한 수직계열화로 산업을 독점한 중국 '완다'를 롤모델로 삼아 그 방식을 그대로 따르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도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미국에서는 '완다'의 확장을 제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CGV가 미디어포럼에서 공개적으로 독점 의지를 드러내는 것은 결국 삼성이 휴대폰 산업을 독점하겠다고 발표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며 "기업의 기조일 수는 있겠지만 대외적으로 할 만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애초에 어떤 산업에서 '독점'이 얼마나 큰 문제가 될 수 있는지 인식 자체가 없다는 이야기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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