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5월 5일 편집 디자인 업체에 재직중이던 디자이너 A 씨는 직장 선배 2명으로부터 성희롱 및 성추행을 당했다. 그러나 6월 2일 이 회사 대표와 이사는 오히려 피해자를 불러 질책하며 해고를 통보했다고 한다.
이에 피해자가 온라인에 해고사실을 폭로한 6월 17일, 이 회사 대표는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피해자를 명예훼손으로 형사고소(1차)했다.
지난 8월 회사의 고소 사실에 충격을 받은 피해자가 온라인에 유서를 게시하고 자살을 시도했지만 이 회사 대표는 사과는커녕 성폭력 가해자들과 공모하여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로 피해자를 또다시 형사고소(2차)했다.
성폭력 가해자들로부터 피해를 당한 당사자는 지난해 5월 5일 직장선배 2명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후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 그로부터 몇 달이 흐르도록 정신과 치료를 받고 정신질환으로 잠을 못 이루고 경제활동도 못하고 있다.
2월 2일 서울북부지방법원은 1차 고소에 대해 성폭력 피해당사자가 '허위 사실을 유포해서 회사의 명예를 훼손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피해자는 여전히 이 회사 대표와 가해자 2명이 제기한 2차 고소로 인해 법정공방을 앞두고 있다.
피해 당사자 A 씨는 용기를 내 공개 직접 증언에 나섰다. 이 증언은 7일 오전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A 씨는 "지난해 5월 5일 성추행을 당한 후 몇 달이 흘렀다"며 "정신과 진료를 받으며 정신질환으로 잠을 못 이루고 경제활동도 못하고 있다. 성추행 사실을 먼저 얘기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제가 성추행 충격으로 쓰러지고 나서 압박을 느낀 가해자들이 먼저 회사측에 보고해 알려졌다. 제가 근무중 기절해 병원해 실려가자 가해자가 회사 대표와 이사를 찾아가 자신들의 잘못을 털어놨다. 나는 피해자임에도 끝까지 감추려고 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왜 공론화를 하게 되었는지 말하겠다"며 "그렇게 하지 않고서 저의 편을 들어주는 사람 아무도 없었다. 동료들은 살기 위해 모른채 했다. 가해자는 오히려 윗선에 보고했다. 신입사원인 나는 가족조차 없었다. 멱살이라도 잡아줄 사람 단 한명이라도 있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그간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또 "디자이너로 성공하고픈 일념 뿐이었다"며 "이곳에서 경력을 쌓아 다른 곳에 가고 싶었다. 생계를 혼자 책임지고 있는데 해고하겠다고 압력을 받고서 무릎 꿇고 빌었다. 이 회사 대표는 교수직을 유지하고 편집디자인 업계에서 공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 카르텔을 깨려면 인터넷을 통해 알리는 길 뿐이라고 생각했다. 저와 같은 사람 나오지 않게"라고 말했다.
A 씨는 "이 사건으로 입은 경제적 피해가 크다"며 "저의 할머니는 기초 생활수급자다.대학 3학년 때 어머니의 폭력을 피해 집을 나왔고 ,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자다. 저도 기초생활수급자다. 학자금 빚이 1800만 원"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래서 후원 모금 활동의 지원을 받았다. 가장 두려운 것은 지금 살고 있는 집이 재개발 되는 것이다. 불안감이 크다. 대출금 상환도 걱정이다. 서울에서 혼자 살다 보니, 오로지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작년 6월 이후 경제활동은 알음알음 디자인 외주 작업을 한 게 전부다. 지출된 병원비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살 충동을 느낀다"며 "정기적 정신과 치료를 받아왔다. 소득이 없어 월세 생활비 내기도 힘들다. 재판 비용을 마련해야 하는데 쉽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중증 우울증, 수면 장애로 이후 치료를 받아왔다"고 토로했다.
또 "약으로 조절이 안 된다. 새벽까지 잠을 못 잔다. 내가 왜 죽지 않았을까 자기 혐오가 든다"며 "한달간 장기 치료를 권하는데 못 받고 있다. 불안 장애. 공황장애 시달리고 있다. 공황장애로 응급실에 실려가는 일이 다반사"라고 전했다.
A 씨는 아직도 "끊임없는 자살충동에 시달리고 있다"며 "2차 고소가 있었는데, 내가 죽지 않았기 때문에 2차 기소로 이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트위터에 올렸듯이 이전에는 지금보다 훨씬 불안감에 시달렸다. 차에 치여 죽고 싶다, 아파트에 뛰어내려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폭식도 했다. 저 혼자서 대응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성 장염을 앓았다. 대인관계에 자신감을 잃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인간관계를 상실했다"며 "외향적, 적극적 성격이었는데 자기 파괴적, 컨트롤 못하는 성격으로 바뀌었다. 이 사실 말할 수 없어 대부분 인간 관계를 잃고 말았다"고 덧붙였다.
A 씨는 "회사와 가해자가 공모한 것이 분하다. 100만 원 합의했는데, 작은 아버지의 권유로 회사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회사 측이 이미 나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해놓고도, 고소 취하를 미끼로 증거 인멸 의도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말하는 도중 복받친 감정을 참지 못하고 흐느끼기도 했다.
A 씨는 "2차 고소가 된 상태다. 가해자 중 한명은 내가 페미니즘을 내세운 활동으로 금전적 이익을 취하려 한다고 공격했다. 다른 가해자는 '자신은 성추행 가해자가 아니다. 신혼생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는데, 나의 삶을 파괴해 놓고, 신혼생활을 얘기하는 게 말이 되느냐. 두 사람이 가해자인 사실은 변치 않는다"고 말하며 흐느꼈다.
또 "도덕성이 목숨인데, 사회적으로 성실성을 자부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도덕성에 균열이 생긴 이후 저는 어렵지 않게 약을 먹었다. 도대체 몇년이 지나야 사회에 돌아갈 수 있을까. 나만 시골 내려가려고 하는데 고령의 할머니께 기초생활수급자의 짐을 드릴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재판도 할머니께 숨겨왔다"며 "유서에도 썼지만 단 한번도 게으르게 살지 않았다. 대학때부터 디자인이 꿈이었다. 지금은 디자인이 너무 싫다. 이미 반쪽 나버린 경력이다. 그들이 망쳐놓은게 너무 많다. 성추행 사건으로 역고소를 당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1차 고소 사건의 정식 재판에서 무죄 판결 나온 것을 주목해 줘야 한다. 정식 재판을 청구하지 않았다면 묻혀졌을 것이다. 디자인 업계의 갑을 관계, 약자 짓밟기가 여기서 끝나야 한다는 의지로 정식재판을 청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판사 앞에서 최후 변론을 했다"며 "'판사님 제가 여기서 무거운 형을 받는다면 이세상의 문은 굳게 닫힐 것입니다. 약자의 고발의 문 말입니다. 이 땅의 정의는 떨어지고 말 것입니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언론노조는 이날 회견에서 편집 디자인 업체에 피해 당사자에 대한 공개적인 사과, 2차 고소 즉각 취하를 요구했다.
문제의 편집 디자인 업체는 6일 오후 피해당사자에게 사과하겠다는 뜻을 언론노조에 전해왔다. 언론노조는 다음 주 이 업체와 면담을 가질 계획이다.
이날 회견에서 '여성 디자이너 정책 연구 모임 WOO'는 "이 회사는 사용자로서 직장내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해야 하는 의무를 저버리고 피해자에게 해고를 통보한 것도 모자라, 두 차례에 걸쳐 형사고소를 남발했다"며 "유감스럽게도 서울북부지검은 사측의 두 차례 고소 건 모두에 대해 피해자를 기소했다"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