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의원들은 주말 사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태극기 집회'에 대거 참석했고, 당명‧로고 개정안에 '보수'‧'태극기' 등의 상징을 삽입하는 등 우(右)편향 기조가 뚜렷해지고 있다. 황교안 권한대행을 대선후보로 미는 움직임도 박근혜 정부 계승 의지로 읽힌다.
때문에 서청원‧최경환 의원 등 친박 핵심에 대한 인적청산을 시도로 잠시 내비쳤던 쇄신 의지를 내팽개치고 도로 ‘박근혜당’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 ‘'2선 후퇴' 약속은 옛말…김문수‧이인제‧윤상현‧조원진‧김진태 총출동
친박 핵심 의원들은 서울 도심에서 열린 '탄핵 반대 태극기 집회'에 대거 참석한 것으로 5일 드러났다.
윤 의원은 당 윤리위로부터 '당원권한 정지 1년' 처분을 받았다. 조, 김 의원은 바른정당으로 탈당한 의원들이 '친박 8적'으로 규정한 인사들이다.
최순실 국정농단과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가결로 당내 인적청산 대상으로 지목돼 '폐족' 수순을 밟던 친박 진영이 '보수여론 결집' 기류에 힘입어 반격 모드로 전환하는 형국이다.
이 같은 현상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낙마 직후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황 대행의 지지율이 급상승하며 2~3위권에 포진한 뒤 뚜렷해지고 있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황 대행의 지지율 상승 의미에 대해 "새누리당이 후보를 배출해도 된다는 국민의 허락"이라고 해석한 바 있다.
탄핵에 대한 반작용 기류를 타고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이인제 전 의원 등 새누리당 대선 경선 출마자들도 ‘친박 집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김 전 지사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태극기를 들고 명동-남대문을 한 바퀴 돌아오는데 남녀노소 모든 분 우국충정이 너무 진지해 눈물이 났다"며 ‘애국보수’ 민심에 적극 호소했다.
◇ 새누리, ‘폐족’ 콤플렉스 털고 본격 '대선 모드' 돌입
대표적인 징후가 '당권-대권 분리' 조항을 폐지하려는 움직임이다. 새누리당의 경우 대권 출마를 위해선 대선 1년 6개월 전 당직에서 사퇴해야 한다. 대선경선이 당 대표의 권한에 좌우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그러나 거꾸로 제한을 폐지하면 당권과 대권을 동시에 거머쥐는 강력한 주자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황 대행이 보수 여론 결집에 힘입어 10% 안팎의 지지를 얻고 범(凡)여권 1위를 기록하는 등 탄력을 받자, 힘을 몰아주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우택 원대대표 등 당직을 맡고 있는 인사와 최근 10여명에 이를 정도로 ‘출마 러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다른 주자들에게도 후보로 선출만 되면 당과 보수층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독려' 메시지를 주는 효과도 발휘된다.
당명과 로고 등 당의 상징을 개정하는 방안에서도 ‘보수’ 정체성이 강화되고 있다. 당명 후보 중 ‘보수의 힘’이 유력하고, 당 로고와 상징색에 태극기를 구성하는 빨강‧파랑 등을 사용하려는 움직임 등이 그런 사례다.
탄핵 찬성파들이 새누리당을 탈당해 창당한 바른정당의 정병국 대표는 "태극기 집회는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옹호하는 집회 아니냐"며 "집회에 참석하는 태도 자체가 보수를 분열시키고 국가를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