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조능희, 이하 MBC본부는 2014년 여의도에서 상암으로 이사온 이후 처음으로, 회사 건물 '내부'에서 조합원 집회를 열었다. 직종을 막론하고 200여 명의 조합원들이 참석한 '대규모 집회'였다.
◇ "뉴스 안 할 각오로 완전히 무너뜨려야 MBC 다시 세울 수 있어"
MBC본부 조합원들은 '경영진 사퇴! 사장선임 중단!', '언론장악 방지법 즉각 제정하라!', '국정농단 축소보도 즉각 중단하라!', '청산! 언론공범 쟁취! 공정방송'이라는 손피켓을 들어 '공정방송'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
차기 본부장 후보로 나온 김연국 기자는 "국민들은 우리가 MBC를 신뢰해도 되느냐고 묻고 있다. 2017년 2월, 지금부터 국민들이 물어온 답을 구해야 한다. 작더라도 지금부터 저항을 시작해 달라"며 "우리에겐 힘이 있다. 우리로부터 역사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기자는 최근 '2012년 파업 이후 공영방송 기자들의 주체성 재구성에 관한 연구'를 주제로 석사 논문을 낸 임명현 기자의 인터뷰가 실린 한겨레 신문을 들고 나왔다. 임 기자는 해당 논문에서 2012년 파업 이후 사측이 '비인격적 인사관리'를 통해 구성원들을 '잉여적 주체'와 '도구적 주체'로 변화시켰고, 그 결과 공정보도에 목소리 내는 '저항적 실천'이 유예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곧 임기를 만료하는 MBC본부 조능희 본부장은 "지난 5년 동안 갖은 수모와 모욕을 당하면서도 MBC를 찾고 국민의 품으로 돌려서 좋은 방송으로 국민에게 보답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목표는, 국민에게 좋은 방송을 돌려주고 방송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라는 점을 한 순간도 잊지 않았다"며 조합원들을 독려했다.
◇ "동트기 전이 가장 춥고 어두운 것 맞죠?"
경영진이 정직, 교육, 전보 등 '비인격적 인사관리'를 통해 철저하게 내부 구성원들을 옥죄온 탓에, MBC 내부에서 '활발한 소통과 토론'은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그러나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자는, 존재하지만 미미했던 목소리들이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기자들은 실명을 걸고 게시판에 줄기차게 '자성'과 '변화'를 촉구했고, 직종을 불문한 노동자들이 얼굴을 드러내고 사내 피케팅을 시작했다.
현재 복막암으로 투병 중인 이용마 기자를 제외하고, MBC본부 정영하 전 본부장, 강지웅 전 사무처장, 박성호 전 MBC기자협회장, 박성제 기자, 최승호 PD 5명이 모두 모였으나 들어갈 수 없었다. '걸인', '잡상인'과 함께 로비 출입이 공식적으로 금지된 MBC 해직자들은 건물 밖에서 이들의 집회를 바라봤다.
박성호 기자는 3일 페이스북에 "안과 밖. 안에서는 상암동 이전후 처음으로 노조 로비 집회. 밖에서는 출입 저지 당한 해직자들. (걸인, 잡상인, 해고자는 로비조차 출입 제한) 안에는 모처럼 울려퍼진 조합원들의 구호. 밖에는 모처럼 해직자 단체 사진. 이용마는 못 왔지만ㅜ이라는 글을 남겼다.
박성제 기자도 같은 날 "오늘 상암동 MBC 본사 로비에서 엠X신뉴스를 규탄하는 조합원집회가 열렸어요. 해직언론인들도 함께 하고 싶어서 달려갔는데 안광한 사장이 해직자들은 건물 안에 들여놓지 말라고 지시했다네요"라는 글을 남겼다.
그는 "몸싸움 해볼까 고민하다가 그냥 저희는 밖에서 점잖게 후배들을 응원했습니다. 암투병 중인 이용마 기자만 빼고 모처럼 다 모였네요. 동트기 전이 가장 춥고 어두운 거 맞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