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인 남편은 수차례 가정폭력 전력이 있어 경찰의 관리대상이었지만 피해자가 원치 않을 경우 처벌할 수 없는 현행법의 한계로 모자는 가정폭력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 수차례 구타…"가정 생각해 남편과 화해"
서울 중랑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숨진 A(27) 씨는 지난해 7월부터 사망하기 6일 전까지 남편으로부터 수차례 구타를 당했다.
하지만 A 씨가 조사도중 매번 남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혀 B 씨는 처벌을 면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기도 태어났고, 아내가 원만한 가정을 유지하려는 의지가 강해 참아가며 남편에 대한 처벌불원서를 작성했다"고 전했다.
형법상 단순폭행의 경우 양측 합의가 이뤄지면 반의사불벌죄에 해당돼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실질적으로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는 것이다.
A 씨는 설 연휴인 지난달 30일 오후 친정집에서 스스로 목을 매 숨졌고, 옆에서 발견된 아들은 목 부위 손 눌림으로 질식사했다.
경찰은 영아까지 사망한 사건인 만큼 남편을 포함한 유가족 등을 상대로 그동안 이어진 가정폭력이 이번 사건과 관련이 있는지를 수사할 방침이다.
앞서, 지난해 7월에는 서울 관악구의 한 주택에서 송모(62) 씨가 아내 C(58·여) 씨를 약물로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송 씨는 아내를 폭행한 혐의로 두 차례나 경찰조사를 받은 전력이 있었지만 처벌 받지도 아내로부터 격리조치 되지도 않았다. C 씨가 남편의 처벌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 해외선 가정폭력 피의자 '무조건 기소 원칙'
지속되는 가정폭력이 끔찍한 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가정폭력에 대한 법 감정이 처벌보다는 '가정 유지'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게 한계점으로 지적된다.
그러다보니 가해자에 대한 피해자의 처벌 의지가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된다.
앞서 설 연휴 스스로 목숨을 끊은 A 씨는 가정폭력 취약가정으로 분류돼 경찰의 관리 대상이었다.
하지만 A 씨가 본인의 필요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히지 않고 남편과 화해했다는 말만 반복해 특별한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미국에선 가정폭력으로 일단 경찰신고가 들어가면 피해자가 원하지 않아도 가해자에 대한 형사처벌 절차가 시작돼 원칙적으로 가정폭력 가해자는 무조건 기소된다. 동시에 격리조치 역시 수반된다.
건국대 경찰행정학과 이웅혁 교수는 "가족폭력은 특성상 가해자와 피해자가 한 공간에 계속 있기 때문에 반복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가정폭력 문제는 일반 형법의 반의사불벌죄로 다뤄서는 안 된다"며 현행법 체제 개선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