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전 총장은 우선, 기존 정당에 몸 담기 보다는 중립적이고 개혁적인 성향의 인사들과 힘을 합칠 생각을 했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을 빼고) 제일 큰 정당인 새누리당이 분열됐고, 국민의 지탄을 받아 선택에 제약이 있었고 그 다음 초이스도 별로 없었다"는 게 반 전 총장의 후일담의 시작이다.
반 전 총장은 이어 "그래서 중립적이고 개혁성향을 가진 분들과 힘을 합치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고 "많은 사람들이 그 방향으로 권했기 때문에 20일간 열심히 노력한 것"이라고 말을 이어갔다.
그러나 "(유력 정치인들을) 한 두시간 만나고 나오면 별로 손에 잡히는 게 없었고 그 분들 생각이 상당히 복잡했다"는 소회도 밝혔다. 여러 복선이 깔린 거물 정치인들과의 만남에서 반전을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고 더 혼란스러워진 게 불출마 결심을 굳히게 된 한 원인으로 읽힌다.
그러면서 그는 "저는 원래 상당히 순수하고 아주 직선적이어서 남한테 복선 깔린 얘기를 해 본 적이 없고, 정직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담백한 심정을 이야기하고 협조를 구했다"면서 "그런 것이 현실에서 이해가 잘 안되어서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 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개헌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지 하루만에 출마 포기를 선언한 이유에 대해서는 "결정을 하려면 단호하게 해야 한다"면서 "결정을 위해 오랫동안 숙고할 수는 있는데 일단 숙고하면 결정을 바로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불출마 선언 때까지 최측근들도 그 사실을 알지 못한 데 대해서는 지난달 31일 밤에 가족하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음날 새벽에 다시 협의하고 초안을 잡은 뒤 김숙 대사를 불러서 (글을) 정리를 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이어 불출마 선언문을 가슴에 품고 예정됐던 정당 대표 예방을 끝낸 뒤에 바로 결심을 했다면서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던 이도운 대변인에게 미안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캠프 참모진들과 상의하지 않은 데 대해서는 "그렇게 됐으면 소문이 나서 많은 사람이 말렸을 것이고, 그러면 저도 다시 가는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그런 기회를 또 다시 갖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뜻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을 방문했을 때 인명진 비대위원장이 '낙상 조심하라'고 한데 대해서는 답을 피하면서도 "수인사도 끝나기 전에 앉자마자 보수주의자인지 진보주의자인지 물어서 당황했다"는 말에서는 불쾌감도 묻어 났다.
반 전 총장은 자신의 이른바 '반반 정체성'과 관련해 "21세기에 보수 진보를 확연히 구분해서 이쪽에 서라. 이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도 그렇게 믿는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공직생활 36년 동안에는 확고한 보수주의적 분위기 하에서 일했지만 유엔사무총장 재임 10년은 상당히 진보적인 사람과 대화를 나눴다"며 "나는 보수수의자이지만 진보적인일도 많이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분열을 통합할 만한 대선 후보가 있냐는 질문에는 "나름대로 생각이 있지만 국민들이 판단해야 한다"며 여운을 남겼다. 정치 교체에 뜻이 맞는 사람이 있으면 같이 협력할 수도 있냐는 질문에는 "대선 꿈을 접었으니까 좀 더 중도적인 입장에서 지켜보겠다"며 말을 아꼈다.
(특정 후보가) 도움을 요청해 오면 힘을 실어줄 수 있겠냐는 질문에는 "정치 활동은 자제하려고 한다"면서 "연설, 학회 등을 통해서 국민 통합과 화해를 위해서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반 전 총장은 자신의 후임자인 전날 밤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사무총장으로부터 위로와 격려 전화를 받은 사실도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