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면세점은 풋옵션(매도청구권) 행사한 호텔신라에 지난해 12월19일까지 715억원을 돌려주지 못했다. 기한은 이달 23일까지로 1차 연장됐는데 10% 가산된 788억원을 갚아야 한다.
하지만 동화면세점의 모기업인 롯데관광개발은 돈을 갚는 대신 담보 주식 등 경영권을 넘기려고 하는데 호텔신라가 거부하고 있다.
따라서 제3자에게 경영권을 팔아야만 하는데 살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남은 건 특허 반납과 청산 뿐. 데드라인인 7월 23일까지 방법을 찾지 못할 경우 44년 역사의 국내 1호 시내면세점은 사라지게 된다.
업계는 동화면세점의 위기에 대해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중국인 관광객(유커) 증가세에 기댄 정부의 무리한 면세점 확장 정책이 탈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3년 관세법 개정으로 5년 특허제도가 도입된 이후 정부는 세 차례 입찰을 통해 9개의 신규 특허를 발급했다. 이에 따라 2015년 6개였던 서울 시내면세점은 13개로 불과 2년만에 두배 넘게 늘어났다.
시장 과포화에 따른 출혈경쟁은 불 보듯 뻔했다.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유커를 데려오기 위해 가이드에게 주는 송객 수수료는 10%에서 30%까지 치솟았고 몸값이 더 높아진 명품 브랜드들의 갑질도 심해졌다.
여기에 사드 악재까지 가세했다. 중국 정부가 한국행 자국 단체관광객에 대해 규모 감축, 쇼핑횟수 제한, 전세기 불허 등의 보복성 조치를 취하면서 국내 면세점들은 좌불안석이다.
특히 단체관광객이 대다수인 신규 면세점들은 초비상이다.
이에 따라 면세점시장은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 면세점 매출은 전년보다 33.5% 성장하며 사상 처음으로 12조원을 돌파했다. 그러나 이중 76%는 업계 1, 2위인 롯데면세점(48.7%)과 호텔신라(27.7%)가 가져갔다.
나머지 4분의 1을 놓고 신규 면세점들이 생존경쟁을 하는 형국이다. 신규 면세점들은 지난해 이미 수백억원의 적자를 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추락이 현실화되고 있다.
◇ 중국 지지대 흔들…위기감 고조
면세점 시장을 지탱하는 중국 버팀목의 균열은 위기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해 7월 한반도 사드 배치 발표 이후 중국인 방문객 수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7~8월 휴가철 90만명 안팎이 찾던 유커는 11월에는 53만1천명까지 줄었다.
12월에 54만8천명으로 소폭 늘었지만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 연휴(1월27일~2월2일)에는 여행사별로 적게는 20%, 많게는 절반이나 유커가 줄었다.
면세점 매출에도 영향이 오고 있다. 지난 나흘간(27~30일) 롯데면세점은 20% 이상 매출이 늘었지만 신규 면세점들은 고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80년대 말의 재판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의 영업 자유화 조치로 1989년 29개까지 늘었던 면세점은 주 고객인 일본 경제의 거품이 꺼지면서 불과 1년만에 10개로 쪼그라들었다.
따라서 면세점시장 구조조정은 불가피하고 시기의 문제만 남았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