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한재림 (영화 <더 킹> 감독)
◆ 한재림>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개봉 14일 만에 500만 향해 가고 계시네요?
◆ 한재림> 아직 400만 좀 넘었고요. 감독으로서 일단 손익분기점을 넘었다는 데 안심을 하고 있어요.
◇ 김현정> 안심하는 단계? (웃음) 영화 '더킹' 아직 안 보신 분들을 위해서 짧게 좀 내용이 뭔지 말씀을 해 주신다면?
◆ 한재림> 영화 더킹은 박태수라는 한 남자가요.
◇ 김현정> 조인성 씨가 맡은 역할?
◆ 한재림> 네, 조인성 씨가 권력에 눈을 뜨고 물들어가는 과정을 통해서 어떤 작은 잘못된 선택들이 쌓여서 어떻게 대한민국 현대사의 비극을 만들었는지 좀 우화적으로 보여드리고자 하는 영화예요.
◇ 김현정> 그래요. 예를 들면 이런 식이에요. 이 권력에 붙었다가 저 권력에 붙었다가. 이쪽 권력 승리를 위해서 저쪽에다가 수사 첩보 흘려주고. 저는 보는 내내 그런 생각했어요, 감독님. 이게 사실일까? 진짜일까?
◆ 한재림> 이게 사실이라기보다는 어떤 현대사를 보여주는 그런 추측이고 사실 우화로서 받아들여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죠.
◆ 한재림> 어떤 상징적인 의미인 것 같아요. 이런 사건들을 두고 이들이 조종을 하고 있다, 이 세상의 여론과 권력을 뒤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어떤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여서 오히려 그런 점이 더 리얼하다고 받아들여지는 것 같아요, 그런 개연성을. 지금도 그런 일들이 서로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아요. 정치라는 것도 마찬가지인 것 같고요.
◇ 김현정> 그런 얘기 들으면 좀 섬뜩해지는데. 그런데 이게 시국이 시국이다 보니까 이 영화 더킹을 보면서 두 사람의 이름을 떠올렸다는 분들이 참 많아요. 검사 출신의 두 권력자죠. 김기춘 전 비서실장,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영화 제작할 당시만 해도 최순실 사건 터지기 전이었죠?
◆ 한재림> 그렇죠. 한 2년 전부터 제작을 했으니까요. 훨씬 더 전이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그 영화 보면서 현실이 떠오른다, 이런 사람들 얼굴 떠오른다, 이런 말 들으면 어떠세요, 감독님?
◇ 김현정> 상상이 현실과 맞아떨어졌어요.
◆ 한재림> 네네. 막상 그 실제 인물들이 나오니까 되게 씁쓸하고 안타깝더라고요.
◇ 김현정> 그냥 영화 속에만 있었으면 좋았을 인물들이 현실에 뻥뻥 나타나버리니까 참 슬픈, 씁쓸했는데요. 바로 그 두 주인공이 정우성 씨, 조인성 씨. 정우성, 조인성, 정말 당대 미남 배우 하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사람 중에 두 사람이 한 화면에 들어가는 장면 나올 때마다 여성 관객들이 참 흐뭇해하더라고요. 감독님은 직접 찍으신 분으로서 어떠셨어요?
◆ 한재림> 저는 이 영화에서 그들이 권력을 상징한다고 느껴졌어요. 저는 관객분들이 두 사람을 보면서 권력의 추악함을 거부감 없이 느끼실 수 있게 영화를 끌고 가려고 했어요.
◇ 김현정> 잠깐만요, 그 부분 참 흥미롭네요. 되게 나쁜 검사거든요. 악역이에요. 그러면 좀 우리가 악역 하면 떠오르는 굉장히 좀 악하게 생기고 뭔가 비호감스러운 그런 배우가 아니라 호감형의 배우를 오히려 세우고 싶으셨던 거예요?
◆ 한재림> 권력을 처음부터 혐오스럽거나 되게 나쁘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어요. 지금의 어떤 괴물이 된 사람들뿐 아니라 사실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선택이다, 권력이라는 게 되게 달콤하기 때문에요. 그래서 그런 보편성을 분명히 갖고 있다라는 경고를 해 주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런 작은 잘못된 선택들이 모여서 지금의 한국의 비극이 된 거고 그런 괴물들이 나타난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권력이 되게 동경이 되고 유혹처럼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실제 권력은 그렇게 우리한테 다가오거든요, 사실.
◇ 김현정> 그러네요, 그러네요. 말씀 듣고 보니까 괴물이 처음부터 괴물같이, 악한같이 생긴 게 아니에요. 우리도 언젠가 잘못된 선택이 쌓이면 괴물이 우리도 될 수 있다, 이 얘기?
◆ 한재림> 그럼요.
◆ 한재림> 저는 이 영화 자체를 사실 옳고 그른 얘기를 하는 것이지 어디에 편향된 얘기를 한다고 생각 안 했거든요.
◇ 김현정> 좌냐 우냐의 문제가 아니라, 옳고 그름의 문제다?
◆ 한재림> 네네. 상식에 대한 얘기라서 그런 자신은 있었죠.
◇ 김현정> 문화계 블랙리스트 이런 이야기들이 오고가는 와중이라서 영화인으로서는 어떠세요?
◆ 한재림> 그런 표현의 자유, 혹은 사상을 생각을 검열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이고 안타까운지 되게 좀 답답했어요, 그런 생각을 아직도 하고 계신다는 게. 올드한 생각이 아닌가.
◇ 김현정> 올드한 참 유치한 생각이 아닌가. 영화인들이라면 다 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더킹의 감독 한재림 감독 지금 만나고 있는데요. 그나저나 제목이 더킹인데 킹은 누구예요? 진짜 킹은 누구입니까?
◆ 한재림> 이 영화를 보시면 정치 검찰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실 것 같아요.
◇ 김현정> 중간까지는 저도 그 생각을 했거든요.
◆ 한재림> 네, 맞아요.
◇ 김현정> 그런데 그게 아니죠?
◆ 한재림> 네, 이 더킹이라는 것은 우리 국민들, 자신? 우리 자신이 사실은 굉장히 힘이 있고 그 기득권들이 얼마나 사실은 우스운 사람들이고 우리가 늘 감시하고 지켜봐야 되는 사람들이고. 실제로 우리에게 가장 큰 힘이 있다는 것을 좀 관객분들이 알아주셨으면 다시 한 번 자신감을 가졌으면 하는 데에서 더킹이라는 제목을 지었어요.
◇ 김현정> 우리가 킹이네요, 제가 킹이고 감독님이 킹이고 평범한 소시민 모두가 킹?
◆ 한재림> 그렇죠. 지금도 우리 작은 촛불들이 모여서 조금이라도 나아지고 있잖아요, 세상이. 어떤 그런 마음, 이런 마음을 우리가 갖고 늘 지켜봤으면 한다는 거죠, 저는.
◇ 김현정> 참 좋은 얘기입니다. 더킹 영화 보면서 진짜 킹들, 우리 모두가 정신 좀 번쩍 들었으면 좋겠고 잘해야겠다는 결심을 다시 한 번 되새겼으면 좋겠고요. 더킹도 잘되기를 바라겠습니다.
◆ 한재림> 감사합니다.
◇ 김현정> 오늘 귀한 말씀 고맙습니다.
◆ 한재림> 네, 고맙습니다.
◇ 김현정> 영화 더킹의 감독 한재림 감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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