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클래식 각양각색 등번호, 그 속에 숨은 의미는?

"9번은 공격수의 상징." 정조국이 광주에 이어 강원에서도 9번을 달고 뛴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에게 등번호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에서는 규정상 1~23번만 사용 가능하다. 1번은 반드시 골키퍼가 달아야하는 규정도 있다. 하지만 프로에서는 다르다. 물론 각각의 포지션을 떠올리게 하는 전통의 번호가 여전히 인기지만, 새로운 번호를 자신의 상징으로 만드는 선수들도 있다.

오는 3월 2017년 K리그 클래식 개막을 앞두고 구단들도 새 등번호를 속속 발표하고 있다. 기존 스타들 또는 이적생들은 어떤 등번호를 달고 뛸까.


◇공격수의 상징 9, 10, 11번

공격수를 상징하는 번호는 9번과 10번, 11번이다. 황선홍(서울 감독)의 18번, 이동국(전북)의 20번 등도 있지만, 여전히 전통적인 번호가 강세다.

화끈한 영입으로 주목 받고 있는 승격팀 강원의 9번과 11번은 이적생 정조국과 이근호가 차지했다. 정조국은 군 입대 후 9번을 뺏겨 전역 후 36번(3+6=9)을 달기도 했지만, 광주 이적과 함께 9번을 되찾았다. 올해 강원에서도 9번을 단다. 이근호 역시 "지금까지 11번을 가장 많이 사용했다"면서 11번을 선택했다. 10번은 디에고.

서울에서는 데얀이 9번, 박주영이 10번을 그대로 사용한다. 단 아드리아노의 이적으로 주인을 잃은 11번은 윤일록이 차지했다. 윤일록은 "좋은 번호를 받아서 기쁘고 책임감도 더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울산의 10번은 이적생 이종호에게 돌아갔다. 울산에서 국내 공격수가 10번을 다는 것은 2011년 설기현 이후 처음. 그동안 마라냥, 하피냐, 카사, 제파로프, 멘디 등 외국인 공격수들이 10번을 달고 뛰었다. 울산은 11번을 서명원에게 주고, 9번은 새 외국인 선수를 위해 비워놓은 상태다.

전남은 페체신이 9번, 자일이 10번, 안용우가 11번을 달고, 제주는 이적생 진성욱에게 9번을 달아줬다. 10번은 마르셀로의 몫. 인천도 달리가 9번, 웨슬리가 10번을 달고 뛴다.

"이제 26번하면 염기훈이 떠오르시죠?" 수원 이적 당시 남은 번호가 없어 달았던 26번을 8년째 달고 활약 중인 염기훈.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기존 번호가 없어서, 또는 새로운 각오로'

염기훈(수원)의 등번호는 26번이다. 염기훈은 2009년 울산 시절까지만 해도 11번을 달았다. 하지만 2010년 수원 이적 당시 남은 번호가 몇 개 없었다. 결국 26번을 선택했고, 8년째 같은 번호를 달고 활약 중이다. 26번이 염기훈의 상징이 된 셈.

멘디(제주)는 올해 88번을 달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울산에서 10번, 기니비사우 대표팀에서는 13번을 달았지만, 제주에는 주인이 있었다. 10번은 마르셀로, 13번은 정운이다. 결국 멘디는 출생년도를 의미하는 88번을 선택했다.

강원 주장 백종환도 같은 케이스다. 상주에서 강원으로 돌아올 당시 7번을 달지 못해 77번을 등에 찍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77번을 단다. 7번은 "7번에 애착이 많다"는 이적생 문창진에게 양보했다.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등번호도 있다.

중동, 중국 생활을 접고 7년 만에 제주로 돌아온 조용형은 20번을 골랐다. 제주와 국가대표 시절 4번을 달았지만, 롤모델인 홍명보(항저우 감독)의 트레이드 마크인 20번으로 등번호를 바꿨다. 역시 제주 소속인 마그노는 올해 공격포인트 목표를 등번호로 정했다. 바로 22번이다.

이정수(수원)는 올해도 40번을 단다. 이정수의 등번호 40번에는 40세까지 현역으로 활약하고 싶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수원에서 서울로 이적해 화제를 모은 이상호는 8번을 등에 새겼다. 이상호는 수원 시절 언행으로 서울팬들에게 반감을 산 경력이 있다. 8번은 서울 레전드인 아디 코치의 등번호. 말 그대로 정면돌파. 이상호는 "8번은 서울팬들에게 의미 있는 번호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유럽 생활을 접은 김진수(전북)는 아픔을 기억하기 위해 등번호를 22번으로 지정했다. 김진수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 등번호가 22번이었다. 부상으로 나가지 못했지만, 그 때처럼 간절한 심정으로 뛸 생각이라 22번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서울의 16번이 돌아왔습니다." 서울 컴백과 함께 16번을 다시 달게 된 하대성. (사진=FC서울 제공)
◇되찾은 등번호

지난해 수원의 후반기 상승세를 이끈 조나탄의 등번호는 70번이었다. 대구 시절 7번을 달았지만, 시즌 중반 이적하면서 7번을 달지 못했다. 하지만 이상호의 서울 이적으로 7번이 공석이 됐고, 조나탄이 7번을 달게 됐다.

강원에 새 둥지를 튼 황진성도 전성기였던 포항 시절 달았던 8번을 되찾았다. 지난해 성남에서는 7번을 달고 뛰었다.

서울로 컴백한 하대성은 예전에 단 16번을 다시 단다. FC도쿄에서는 14번을 새기고 활약했다. 서울 이석현은 25번에서 23번으로 등번호를 바꿨다. 23번은 2013년 인천에서 루키 시절 달았던 등번호다.

강민수(울산)의 지난해 등번호는 75번이었다. 아들의 생일을 의미하는 등번호. 하지만 올해는 다시 4번으로 복귀했다. 지난해에는 후배 구본상에게 양보했던 번호이기도 하다. 구본상은 입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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