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경선 과정에서 네거티브전이 난무하고 부정 시비 등 각종 잡음이 일 경우에는 오히려 후보들과 당의 이미지를 동반 추락시킬 수 있다. '역동적이면서 깨끗한 경선'. 이 목표를 향해 가장 먼저 레이스를 시작한 곳은 바로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이다.
민주당이 최근 확정한 경선 룰은 '완전국민경선'과 '결선투표'이다. 이는 지난 2012년 경선룰과 비슷하지만 디테일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우선, 지난 대선 때 전국 13개 지역에서 고루 치렀던 순회 경선이 단 4곳으로 축소됐다.
당시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등 후보들은 제주부터 울산, 강원, 충북, 전북, 인천, 경남, 광주전남, 부산, 세종대전충남, 대구경북, 경기, 서울 등 전국을 돌아다니며 지지를 호소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호남, 충청, 영남, 수도권 등 단 4곳만 순회하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된다면, 당내 경선 기간은 단 한 달에 불과해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어쩔 수 없다는 것이 당의 판단이다.
이번 대선은 흔히 활주로가 짧은 비행이나 쇼트트렉에 비유된다. 그만큼 경선의 역동성을 일으키기는 힘든 조건이다. 과거 후보들이 제주, 울산 등 초반 순회 경선에서 의외의 결과를 내면서 대세를 꺾거나 반전을 엿볼 가능성이 많았던데 반해 이번 경선에서는 기회가 적다. 당연히 군소 주자들은 불안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양승조 위원장은 "예를 들어 시청 광장은 시청 안에서, 광화문 광장은 광화문 우체국 안에서, 광주 금남로 광장은 인근 건물에서 투표소를 실시하도록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흥행의 두 번째 포인트는 '결선투표' 성사 여부이다. 1등 후보가 과반 지지율을 얻지 못할 경우 1,2등이 결선 투표를 치르게 된는데 이에 따라 2위 다툼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현재 이재명, 안희정 두 후보의 세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문 전 대표가 과반을 넘지 못할 수도 있다"며 "결선투표로 간다면 오히려 1차 투표 때보다 더 많은 관심을 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시간이 없기 때문에 당에서 각 후보들의 정책, 비전 등을 비교할 수 있는 합동 토론의 기회를 당이 최대한 많이 제공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토론 형식을 다소 독특하게 잡거나 인터넷과 SNS 등을 통해 생중계해 유권자의 관심 끌기를 시도할 수 있다.
반면, 모바일 투표 등 부정 시비를 방지하는 것은 숙제로 남아있다.
민주당은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모바일 투표 부정 논란으로 경선 내내 잡음이 일었던 아픈 기억이 있다. 첫 제주 순회 경선에서부터 조작 의혹이 일어 문재인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들이 반발해 울산 경선을 불참하는 초유의 일도 벌어졌다. 룰이 중간중간 바뀌는 아마추어적인 모습을 보여 국민과 언론의 지탄을 받기도 했다. 모바일 투표는 여전히 당 내에서 일종의 트라우마로 자리잡고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모바일 투표는 의원들 사이에서도 걱정이 많다. 당이 공정성에 총력을 기울여야지 사소한 시비라도 반복되면 당 이미지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경선룰의 실무적인 부분을 총괄한 금태섭 의원은 "모바일 투표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물리적으로 시간이 짧아 도입하게 됐다"며 "통화 실패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유권자가 그 번호로 전화를 걸 수 있게 하는 등의 안전 장치를 도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