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성 전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 "알긴 하지만 특별한 관계는 아니었다"고 했던 것에 비해 조금 더 밀접했음을 시인한 발언이다. 하지만 '독대' 주장에 대해선 여전히 부인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특정한 날 독대했다'는 하는 기록이 맞느냐는 질문에 "기억이 잘 안 나긴 하지만 몇 번 만난 것은 맞다"고 답했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 당시 공개됐던 성 전 회장의 다이어리에는 그가 반 전 총장과 2013년 8월 27일 오전 9시 15분에 롯데호텔에서 단둘이 만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반 전 총장은 "(내가) 장관 재직 당시부터 알았고, (성 전 회장이) 충청포럼 회장일 때부터 알았다"고 설명했다. 반 전 총장이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외교부 장관으로 재직했기 때문에 두 사람이 10년 이상 알고 지낸 관계란 얘기다.
충청포럼은 성 전 회장이 주도했던 지역 조직으로 현재까지 반 전 총장의 대권가도를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은 "(성 전 회장이) 저를 (차기 대권주자로) 옹립하는 등 정치얘기를 했다고 하기에 그런 '특별한 관계'가 아니라고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반 전 총장은 특히 '독대' 기록에 대해서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롯데호텔에서 만난 것은 여러 사람이 함께 만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성 전 회장 다이어리의 신뢰도를 문제 삼았다. 국회 의원회관 식당에서 악수했던 것에 불과했는데 오찬을 함께 한 걸로 기록돼 있는 대목이 있다며 오류를 지적했다.
독대 사실이 부각되면 자칫 성 전 회장과 '특수한 관계'라는 의혹이 불거질 것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독대 날짜로 지목된 당시는 반 전 총장의 첫째 동생 기상씨가 아들 주현씨와 함께 경남기업의 랜드마크72 매각을 위해 카타르와 접촉을 시도하던 시점이다. 기상씨 부자는 부동산 매각을 위해 카타르 측에 뇌물을 보냈으나, 훗날 미국인 브로커에 사기를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주현씨는 경남기업 측에 반 전 총장과 카타르 왕실 간 관계가 활용될 것이란 취지의 이메일을 보냈었다. 미국 검찰은 기상씨 부자를 뇌물죄 등으로 기소한 상태다.
반 전 총장은 동생이 연루된 사건에 대해 "당황하고 민망하고 국민들 앞에 볼 면목 없다. 법 절차에 따라 그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소가 된 뒤 동생 부자에 사실 확인을 했느냐는 질문에 답을 하지 않았다.
둘째 동생 반기호씨가 미얀마 사업 수주 과정에서 유엔을 활용해 특혜를 입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고 답했다. 사실관계를 동생에게 확인했느냐는 질문에는 역시 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