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출마를 묻는 질문에 애매모호한 답변을 내놓은 황교안 권한대행의 신년 기자회견.
어쩌면 민심을 이리도 모르는지…국회의 탄핵 가결로 직무가 정지중인 대통령과 시한부 권한대행이 '도긴개긴'이다. 헌정유린과 국정파탄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두 사람의 뻔뻔함이 아닐 수 없다.
특히 황교안 권한대행의 지나친 '대통령 코스프레'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당장은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황 권한대행의 기자회견이다.
모두 발언 10분, 질의 응답 50분. 박 대통령이 취임 후 매년 초에 가졌던 기자회견 형식까지 코스프레다.
문제는 조만간 역할이 끝날 권한대행이 국정운영의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난센스(nonsense)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이 2월 말이나 3월초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비유하자면 권한대행은 발코니 확장은 아예 엄두를 내서는 안 되고, 집안의 벽지조차 도배해서도 안 된다. 먼지를 털고 바닥을 닦는 청소 정도면 되는 것이다.
더욱이 자신의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국정을 안정시키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오직 그 생각뿐입니다"라는 말은 답이 아니다. 긍정도 부정도 아닌 NCND(Neither Confirm Nor Deny) 화법은 잘못된 선택이다. "전혀 생각이 없습니다"라고 답해야 옳았다.
더 가관은 황 총리가 민생에나 전념하라고 논평한 바른정당 대변인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훈계하듯 항의까지 했다는 점이다.
사실 황 총리의 언행은 지난해 말쯤부터 달라졌다. 과도한 의전 논란도 뒤따랐다.
지난해 12월 20일 박 대통령 탄핵 가결 이후 첫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서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전혀 생각이 없다"고 즉답했던 황 총리였다.
그런데 그 이후 연말 기자간담회부터 대선 출마와 관련해 에두른 표현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공교롭게도 최근 대선주자 여론 조사에서 4.6%를 기록하며 6위에 올랐다. 범여권 주자 가운데서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 이어 두 번째다.
급기야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군불을 때듯 거들고 나섰다. 인 위원장은 24일 방송 인터뷰에서 "(황 총리가) 대권 도전을 결단하고 새누리당을 택한다면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제 경우에 따라서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행까지 등장하는 사태를 가정하게 됐다. 만일 대통령 탄핵이 결정된 뒤 황교안 총리가 결심한다면 공직선거법에 따라 조기 대선 30일 이전에 권한대행 직을 내려놓으면 대선 출마가 가능하다.
그리고 황 권한대행의 대행은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이어 받게 된다. 정말로 '이게 나라냐'는 국민적 탄식이 다시 터져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탄핵정국과 조기대선 분위기 속에 민생이 완전히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그나마 책임을 느끼고 권한대행을 제대로 하고자 한다면 실업률과 물가, 가계부채 등으로 파탄난 민생과 경제를 살리는 데 진력해야 할 것이다.
황 총리의 '용꿈'은 헛된 망상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