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 위에 있는 사람들은 세월호를 국민들의 가슴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는 예술의 힘을 두려워했다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19:50)
■ 방송일 : 2017년 1월 23일 (월) 오후 19:15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박유신 어머니(세월호 유족 2학년 3반 정예진 학생 母)
◆ 박유신> 안녕하세요.
◇ 정관용> 텐트 안에 난방은 좀 돼요?
◆ 박유신> 난방이 양쪽으로 따뜻하게 크게 되고 있습니다.
◇ 정관용> 다행이군요.
◆ 박유신> 관객석 자리에서 무릎 담요가 하나씩 지급돼서요. 전혀 공연 보시는 데는 지장이 없어요.
◇ 정관용> 그래요? 노란 리본이라고 하는 극단. 이거 언제, 어떻게 만들었습니까?
◆ 박유신> 얘기를 하다 보면 이 얘기 저 얘기 많이 하잖아요. 그래서 아이 얘기도 하다가 아이 흉내도 내다가 그러다 보니까 우연하게 우리 연극? 이러다가 그 주변에 봉사 하시는 분들이 연극도 하면 괜찮겠다, 치료 차원에서. 그렇게 해서 자연스럽게 연극 얘기가 나와서.
◇ 정관용> 아이들 중에 왜 배우가 꿈이고 뮤지컬 스타가 꿈이고 이런 친구들 많았을 것 아니에요.
◆ 박유신> 네. 저희 예진이가 뮤지컬배우 되는 게 꿈이어서 수학여행 가기 전날 14일까지지 늦게까지 학원에서 연습하고 그랬던 아이였어요.
◇ 정관용> 지금 딸 대신에 하시는 거군요?
◆ 박유신> 글쎄요, 그렇다고 할 수 있나요? 그런 것 같아요.
◇ 정관용> 예진이가 우리 배우 박유신 씨 몸에 들어와서 아주 출중한 연기력을 보여주실 것 같은데요?
◆ 박유신> 그렇게 말씀하시면 예진이한테 미안하고요. 정말 아마추어라서 흉내만 낸다고 저는 생각을 하거든요.
◇ 정관용> 그래서 그와 그녀의 옷장이라는 작품, 처음에는 대본리딩부터 하다가 공연까지 가게 됐다, 이 말씀인데 첫 공연은 언제, 어디서였습니까?
◆ 박유신> 7월 중순쯤 해서 안산. 장소까지 말씀을 해 드려야 하나. 복지원에서 그냥 쇼케이스식으로 짧은 것만 연습삼아서 그냥 공연을 했었던 거예요.
◇ 정관용> 작년 7월?
◆ 박유신> 한 열 몇 차례 공연을 한 것 같아요.
◇ 정관용> 작품 내용은 어떤 작품입니까? 그와 그녀의 옷장?
◆ 박유신> 지금 저희 국민들이 비정규직이 굉장히 많잖아요. 그래서 비정규직 엄마, 아빠 그리고 아들. 이 사람들 주제로 해서 정식 직원이 아니고 비정규직 직원이기 때문에 여러 벌의 옷을 갈아입어요. 그 옷에서 그 삶의 희로애락이 있고 옷장 속에. . . 직업이 많이 바뀌는 그런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서 옷장이라고 제목을 붙인 것 같고요. 비정규직의 슬픈 현실.
◇ 정관용>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주변의 다양한 비정규직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연극, 이런 거군요.
◆ 박유신> 맞아요.
◇ 정관용> 그러면 연극이 아주 슬퍼요, 계속?
◆ 박유신> 아니요. 이게 코믹 옴니버스 식이에요. 그래서 저희가 정말 슬픈 엄마들이지만 이 극은 코믹이 많이 들어가 있어요.
◇ 정관용> 그래요?
◆ 박유신> 코믹이 굉장히 많이 들어가 있어서 많이 보시는 분들이 세월호 엄마들이 하니까 정말 슬프겠구나, 많이 걱정을 하고 오셨던 분들이 처음에는 많이 웃기도 하고 또 중간중간에 아무래도 비정규직 이야기다 보니까 그런 대사들도 그렇고 슬픈 장면도 있고 하니까 많이 웃기도 하시고 울기도 하시고.
◇ 정관용> 우리 배우 박유신 씨는 거기서 어떤 역할을 맡으신 거예요?
◆ 박유신> 제가 1인 다역을 맡았습니다. 1인 6역을 맡았거든요.
◇ 정관용> 6가지 역할이요?
◆ 박유신> 네, 네.
◇ 정관용> 뭐, 뭐 하세요?
◆ 박유신> 상상이 안 되시죠? 제가 하는 역할이 다 남자 역할이에요.
◇ 정관용> 남자?
◆ 박유신> 다 남자 역할인데 아직까지 저희 노란 리본 극단에 아버님들이 한 분도 안 계세요.
◇ 정관용> 남자들이 문제 있어요.
◆ 박유신> 다 엄마들로만 구성이 돼 있기 때문에 제가 이제 남자 역할을 7가지 역할을 하거든요.
◇ 정관용> 7가지. 그러니까 뭐뭐예요, 예를 들어서 한 두세 개만 얘기하면.
◆ 박유신> 정말 말썽부리는, 공부도 안 하고 엄마 속만 썩이게 하는 사춘기. 질풍노도의 사춘기 고3의 역할. 또 삶에 의욕도 하나도 없고 무기력한 권태 역할. 그리고 용역 깡패 역할도 하고요. 그리고 비정규직 경비 하는 영광이, 젊은 역할. 나이 든 영광이 역할. 총 6가지 역할을 하고 있어요.
◇ 정관용> 계속 의상도 갈아입으셔야 되겠네.
◆ 박유신> 제가 제일 바빠요. 뛰어다녀요.
◇ 정관용> 1인 다역을 맡으신 거면 우리 박유신 씨 1명이에요. 다른 사람은 다 고정 배역이 있고?
◆ 박유신> 고정 배역이 있는 사람이 다고요. 저하고 또 한 분 어머님이 1인 5역 하시는 분이 있어요. 저희 엄마들이 배우라고 하기는 그렇고 총 7명이거든요, 7명인데 이제 그렇게 하고 있어요. 저하고 다른 어머님만 1인 5역, 1인 6역. 다른 분들은 다 1인 1역.
◇ 정관용> 그 가운데 남자 역할로 1인 6역 하시는 박유신 씨가 제가 볼 때 대표 배우 같네요. 그거 아무나 못 시키거든요, 그거.
◆ 박유신> 감사합니다.
◇ 정관용> 오늘 하고 내일 천막극장에서 공연 하는데 천막극장이라는 곳이 블랙리스트와 관련돼서 만들어진 극장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그 블랙리스트라고 하는 게 이 세월호 참사 이후에 더 본격적으로 대통령,김기춘 실장 이런 사람들에 의해서 내려왔다는 것 아니에요. 블랙리스트 이 얘기 들으시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 박유신> 그러니까 제가 세월호 참사 당사자가 되고 보니까 예술인들이 이렇게 아픈 사람들, 이런 사람들을 대변해 준다는 걸 처음 알았거든요. 그냥 저는 그전에는 예술 하는 분들은 자기 만족을 위해서, 하고 싶은 꿈이니까 자기 만족을 위해서만 하는 분들인 줄만 알았어요, 그냥 멋있는 분들. 그렇게 화려한 분인 줄로만 알았는데 세월호 참사 딱 일어나고 나서 정말 글쓰시는 분들은 글로. 또 이렇게 음악, 노래 만드시는 분들은 노래로써 세월호를 알리고 여러 분야에서 하시는 걸 보고 정말 대단하신 분들이다, 그러니까 지금 생각하면 저희 세월호 참사 나고 나서 굉장히 많은 일들을 예술로써 세월호를 대변해 주는 게 굉장히 많았잖아요.
◇ 정관용> 그렇죠.
◆ 박유신> 그러니까 저 위에서 보기에는 그게 굉장히 두려웠던 것 같아요. 그렇게 국민들 가슴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는 거를 굉장히 두려워했던 것 같아요, 지금 제가 돌아봐서 생각을 하니까. 그래서 블랙리스트를 작성해서 그렇게 감시를 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 정관용> 아니, 세월호의 아픔에 국민을 공감하게 하는 게 왜 두려울까요?
◆ 박유신> 그러니까요. 저는 도대체 이해가 안 되는 거예요.
◇ 정관용> 그러게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아무쪼록 오늘, 내일 멋진 공연 잘 펼쳐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 박유신> 감사합니다.
◇ 정관용> 배우 박유신 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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