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이 위반했다는 법률이 뇌물죄냐, 강요·직권남용이냐를 따지긴 보단 '권력적 사실행위'라는 개념을 이용해 헌법 가치를 해쳤다는 주장으로 재정리한 것이다.
국회 측은 23일 박 대통령의 법률 위반 행위를 헌법 관점에서 새롭게 정리한 준비서면을 헌재에 냈다.
'왕자표 고무신'을 출시해 인기를 끌면서 1980년대 재계순위에서 열손가락 안에 들었던 국제그룹은 전두환 정권의 부실기업 정리와 함께 공중분해된 것으로 알려진다.
부실이 표면적 이유였지만, 정치자금이 다른 기업들에 비해 적다는 이유로 정권의 미움을 샀다는 설도 나왔다.
해체 이후 그룹 측은 1989년 위헌소송을 냈다.
국회 준비서면에 따르면, 헌재는 1993년 7월 결정문에서 "공권력의 힘으로 재벌기업 해체라는 사태변동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일종의 '권력적 사실행위'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헌재는 또 "법치국가적 절차에 따르지 않는 공권력의 발동 개입은 그것이 위정자의 정치적·정책적 결단이나 국가의 금융정책과 관련된다는 이유로 합헌적 조치가 될 수 없다"며 "이 경우에는 이른바 관치경제이고 관치금융밖에 될 수 없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는 관(官)의 이상비대화 내지 정경유착의 고리형성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선언했다.
국회 측은 이번 탄핵심판과 관련해 대기업들의 재단 강제 모금 등은 대통령의 우월적 지위에 따른 것으로, 권력적 사실행위라고 주장했다.
"대기업들이 박 대통령이나 청와대 경제수석의 요구를 자발적으로 수용할 아무런 이유가 없지만 요구를 거절하면 자신들에게 닥칠 각종 불이익을 두려워해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등 이유로 대통령의 요구는 사실상의 강제력을 지난다"는 게 국회 측 논리다.
또 CJ 이미경 부회장 퇴진 압력, KT와 포스코 회장 임명에 대한 정부 입김 등을 언급하며, 국가권력의 재벌 줄 세우기와 충성 강제도 국회 측이 지적하는 대목이다.
국회는 대통령의 막강한 지위와 ‘관치경제’로 표현되는 정부와 기업재벌들과의 그간 상관관계 등을 볼 때 박 대통령의 받고 있는 의혹들은 '권력적 사실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소추위원인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기업의 의사결정을 침해했고, 사적자치에 기반한 시장경제주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헌법 119조의 기업의 경제상 자유 등을 박 대통령이 위배했다는 것이다.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이날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증인으로 나와 "위증 처벌보다는 청와대 요청이 더 무서웠다"며 사태 초기 자신이 자발적 모금이라고 언론에 발표했던 이유를 진술했다.
이 부회장은 이런 지시를 청와대로부터 받았다고 했다.
그는 이후 검찰 조사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이 청와대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진술했는데, 그 이유는 자괴감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