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 공기업 지정 논란, 지난해에도 제기돼

지난해엔 경제수석실이 정리했으나 이번엔 교통정리 안돼

국무회의 모습
새해초부터 정부 부처간 관할영역 다툼이 진정되지 않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31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이하 공운위)를 앞두고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공기업 지정을 추진하자 당사자들과 이들을 감독해온 금융위원회 측이 반발하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기재부와 금융위간에 이런 저런 주장들이 맞서고 있으나 산은과 기은의 공기업 지정을 둘러싼 논란은 사실 올들어 새롭게 제기된 것이 아니라고 정부 관계자들이 밝혔다.


지난해 1월에도 기재부는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기타 공공기관 등 세 유형의 공공기관에 대한 신규 지정이나 해제, 분류 변경 등을 심사하는 공운위를 앞두고 산은과 기은에 대한 공기업 지정을 추진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도 여러 이유를 들어 반대한다는 주장을 펴며 맞섰으나 올해처럼 잡음이 바깥으로 흘러나오지 않은 이유는 청와대 경제수석실(당시 안종범 수석)이 나서 논란을 정리한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올해는 대통령의 직무정지에 따른 권한대행 체제에서 예년과 같은 교통정리 기능이 정부 차원에서 작동하지 않은 결과 기관간 갈등양상으로 비치는 논란을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

예산권을 갖고 있는 기재부는 산은과 기은이 정부 예산에 포함되는 정책자금을 집행하는 곳인 만큼 더욱 직접적인 통제를 받아야 된다는 기본 입장을 지난해나 올해 마찬가지로 갖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돼 상대적으로 느슨한 통제를 받고 있는 산은과 기은이 "정책금융기관인 만큼 금융당국이 아닌 재정당국의 관할 아래 본연의 임무를 수행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특히 산은과 기은이 정부통제를 받다가 2012년에 공공기관에서 해제됐던 것도 당시 ‘민영화’라는 이슈가 있어 '원포인트' 성격이 강했다는 게 기재부측 입장이다.

하지만 산은과 기은을 감독하고 있는 금융위측은 이 곳들이 '은행'이라는 점을 중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은행으로서 내부적인 평가와 통제는 정부가 아니라 이사회에게 맡겨야 한다는 논리다. 산은과 기은의 노조나 전국금융산업노조 등 노동계도 "시대를 거스르는 '관치금융' 발상"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금융위는 특히 산은과 기은은 현재 기업구조조정에서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고 금융위가 앞으로도 새로운 구조조정의 틀을 만들어 나가는데 함께 해야 하기 때문에 감독당국의 중복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기재부측 의지가 강해 보이긴 하지만, '관치금융' 시도라는 부정적 인식이 더 확산되면 강행 여부를 고민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금융위 관계자는 "공운위에서 공공기관 지정을 결정하기 전에 관계기관의 의견을 묻는 절차가 있고 통상 관계 부처에서 강한 반대 의견을 내면 기재부가 무리하게 추진은 하지 않았다"며 "잘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부처들이 각자의 입장에서 충돌할 수 있지만 국정 수행을 위해선 청와대를 중심으로 조정돼야 할 일이다. 지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의 정부에는 이런 조정의 구심점이나 기능이 결여돼 부처가 할거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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