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사, 5·18 문서 첫 기증 의미 및 과제

리퍼트 대사, 5·18 기념공원 방문 뒤 전격 전달

리퍼트 주미 대사가 18일 5.18 기념재단에 기부한 5.18 관련 미 정부 자료를 재단 관계자들이 공개하고 있다. (사진=김형로 기자)
주한 미국 대사관 측이 5·18 민주화 운동 37년 만에 5·18과 관련한 문서들을 처음으로 5·18 기념재단에 제공하면서 미완의 5·18 진상 규명에 단서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오는 20일 미국으로 돌아가는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이임 마지막 일정으로 18일 광주 서구 5·18 기념공원을 둘러본 뒤 대사관 측이 5·18 기념재단을 방문해 지난 1980년 5·18 민주화 운동 당시 작성, 본국에 보고한 5·18 관련 문서 89건, 총 301쪽 분량을 차명석 재단 이사장에게 전달했다.

미 정부 당국자가 5·18 관련 문서를 재단을 비롯해 우리나라 기관에 제공한 것은 37년 만인 이번이 처음이다.

5·18 기념재단은 지난 2016년 6월 재단 사무국을 방문한 리퍼트 대사에게 미국이 소장한 5·18 문서 공개를 요구했고 당시 리퍼트 대사는 긍정적 답변을 하기도 했다.

5·18 기념재단 김양래 상임이사는 “미국 정부 당국자가 최초로 재단에 5·18 관련 문서를 공식적으로 전달한 것은 진상규명에 진일보한 일이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5·18 기념재단은 영문으로 작성된 해당 문건을 번역하는 등 정밀 분석에 나섰다.


재단이 입수한 문건은 미 대사관 측이 5·18과 관련해 수집한 정보와 전두환 등 신군부 세력이 작성해 넘긴 문서 등을 바탕으로 작성됐으며 당시 본국에 보고됐거나 대사관에 자체 보관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 대사관 측이 문서를 작성한 시기는 지난 1980년 5월 1일부터 같은 해 12월 31일까지로 이들 문서에는 미 대사관 측이 파악한 5·18 관련 희생자 숫자, 김대중 전 대통령 재판 동향, 1980년 5월을 전후로 한 국내 정치 및 사회 동향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주미 대사관 측이 전달한 5·18 문건 89건 중 88건은 이미 5·18 기념재단이 확보한 자료와 거의 목록까지 같고 나머지 1건은 5·18과 관련이 없는 문건으로 확인됐다.

이는 미 대사관 측도 기밀이 해제된 5·18 문서를 재단 측에 전달했기 때문이다.

재단 측은 지난 2004년부터 국립 중앙 도서관이 미 국립 문서 관리 기록청, NARA에서 수집한 5·18 민주화 운동과 관련해 기밀이 해제돼 소장한 기록 등을 디지털 형태로 보관하고 있다.

재단 측이 소유한 1980년 전후 미 대사관과 당시 우리나라 정부가 주고받은 기록은 17개 폴더에 2,401건, 1만262쪽 분량에 달한다.

그럼에도 미 대사관이 제공한 자료에는 사생활 보호를 위해 이름 등만 공란으로 돼 있고 대부분 원문 내용이 그대로 기재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기존에 재단 측이 확보한 5·18 관련 미 정부 문서에는 공란이나 백지 상태가 많아 서로 비교 분석 과정에서 그동안 베일에 싸여있던 5·18 관련 의혹을 풀어줄 단서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

이와 관련해 5·18 기념재단 김양래 이사는 "37년이 되도록 미완으로 남아 있는 최초 발포 명령자 및 헬기 기관총 난사 등의 퍼즐을 맞추는 데 미 대사관 측이 기증한 5·18 문서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미 대사관 측이 전달한 5·18 문서가 최초 발포 명령자 등 37년 동안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는 5·18의 의혹을 풀어줄 열쇠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런 가운데 19일 미 중앙정보국인 CIA가 공개한 1천2백만 페이지에 달하는 기밀문서에 5·18에 대한 정보도 포함됐을 것으로 보고 재단 번역 업무를 맡는 관계자를 통해 정밀 확인 작업에 나서고 있으나 아직 5·18 정보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5·18 기념재단 김양래 상임 이사는 "지난해 오바마 미 대통령이 아르헨티나를 방문해 1970년대 아르헨티나 군부 정권에 미국이 지원한 기밀문서 전체를 전달한 것처럼 5·18과 관련해 미 국무부와 국방부 그리고 CIA가 소유한 모든 자료를 공개해 5.18 진상규명이 확실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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