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에 따르면 중국 후베이(湖北)성에 살던 박차순 할머니가 현지시각 이날 오전 7시 30분쯤 자택에서 지병으로 숨을 거뒀다. 향년 95세.
1923년 전북에서 태어난 박 할머니는 19세이던 1942년 중국 내 일본군 점령 지역 위안소로 끌려가 3년 동안 성노예로 고통을 당했다. 해방 직후 위안소를 도망쳐 나왔지만, '위안부' 생활을 한 것이 부끄러운 일이라 생각해 그대로 중국에 머물렀다.
최근 할머니는 우리 말을 다 잊은 상태에서도 민요 아리랑을 부르고 "조선은 괜찮냐?"고 걱정을 했다고 한다. 지난 2015년부터 척추협착증·결장염·뇌경색을 앓다 최근 증세가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생을 고통 속에 지내온 할머니 한 분이 또 돌아가시면서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가운데 생존자는 39명으로 줄어들었다.
이 와중에 여성가족부는 박 할머니의 죽음을 화해치유재단 사업 홍보에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가부는 박 할머니의 별세 소식을 전하면서 굳이 자료에 "생전 화해치유재단 사업에 대해 수용의사를 밝힌 바 있으며, 이에 따라 지난 해 현금지급이 완료됐다"는 문구를 담았다.
특히 최근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과 관련해 법적 책임은 물론 도덕적 비난도 받지 않겠다는 일본의 노골적인 요구가 드러나면서, 한일합의에 대한 정부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던 상황이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여가부는 피해 할머니들이 살아계실 때 일본 측이 준 돈을 받아야 한다는 논리를 새삼 강조해야 하고, 마침 수령 대상이었던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굵은 글씨체까지 동원해 화해치유재단을 언급한 것이다.
여가부는 또 피해 생존자의 숫자를 언급하면서 "한일합의 당시 총 마흔여섯 분이던 생존자 가운데 여덟 분이 타계하시면서"라며 한일합의가 시기적으로 적절했음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해 12월 박숙이 할머니 별세시 낸 자료에는 없었던 표현이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안선미 팀장은 "고향 땅을 다시 밟지 못하시고 가신 할머니께 죄송하다"며 "이 와중에 정부가 재단 홍보나 하고 있으니 더욱 화가 나고 안타깝다"고 성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