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가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고리를 끊어 뇌물죄 적용을 피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최씨는 16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기억이 안 난다. 증거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르‧K스포츠재단 운영에 개입한 정황과 두 재단이 박 대통령 관심사항 아니냐는 국회 측 질문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그러면서 최씨는 검찰에서 강압적인 조사를 받았다며 자신의 진술도 모두 부인했다. "강압수사를 받아서 특검에 못 나갈 지경"이라며 엄살도 부렸다.
특검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두 재단 출연금을 '뇌물'로 규정한 것을 의식한 진술로 보인다.
박 대통령과 두 재단의 관련성을 조금이라도 인정할 경우, 자신도 '뇌물죄' 혹은 '제3자뇌물수수죄'를 곧바로 의율받기 때문이다.
한 변호사는 "최씨가 박 대통령을 변호하는 것 같이 보이지만, 사실은 공무원인 대통령과의 관련성을 무조건 부인해 뇌물죄를 적용받지 않기 위한 몸부림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찰에서 뇌물죄를 일부 시인한 것처럼 보일 수 있는 진술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진술까지 뒤집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변호사는 "헌재에서 한 진술은 법리적으로 다툴 수 없는 명백한 증거"라며 "자신과 박 대통령에게 뇌물죄가 적용되지 않도록 '모르쇠' 전략을 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대한 재판의 시간을 끌어 박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 이후 1심 선고를 노린 것이란 관측도 있다.
현재 최씨 등에 대한 재판에서 박 대통령이 공범으로 적시된 만큼, 유죄가 선고될 경우 탄핵이 빨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최씨가 '공판중심주의'에 따라 수많은 증인을 모두 1심 법정에 세우겠다는 의도가 있다"며 "자신의 재판 결과가 박 대통령의 탄핵심판 결정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특검에서 뇌물죄를 적용할 경우, 최고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기 때문에 특검에 '뇌물죄를 입증하려면 해봐라'는 식의 배짱을 부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현직 판사는 "최씨가 검찰이 제시한 증거와 관련자 진술을 모두 부인하면서 오히려 법리다툼의 여지가 줄어들고 있다"며 "감형을 포기한 막무가내식 태도"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