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김현정 앵커 "특검도 어떤 실마리를 잡았으니까 수사에 착수를 했겠습니다. 좀 더 수사 결과 기다려보죠. 오늘 고맙습니다, 소장님." - 1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경찰인권센터 장신중 소장 인터뷰 중에서
방송을 통해 이뤄지는 인터뷰 등에서 언론인들이 마지막 인사로 상대에게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이를 두고 "왜 '감사합니다'가 아니라 '고맙습니다'라고 할까"라는 의문을 가지는 이들도 있을 법하다.
어느 누리꾼의 다음과 같은 지적에서도 이와 관련한 우리네 인식을 살펴볼 수 있다. "왜 사람들은 '비옷'이라는 말을 두고 '우의'라고 쓸까. '감사합니다' 대신 손석희처럼 늘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쓰는 나를 보는 불편한 시선도 불편해."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상임대표는 16일 CBS노컷뉴스에 "'감사하다'를 '고맙다'의 높임말로 인식하는 것은 봉건시대의 잔재"라며 "예전에 한자를 우월하게 여기는 교육이 지배하던 시절 그렇게 잘못 가르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고맙다'는 '남이 베풀어 준 호의나 도움 따위에 대하여 마음이 흐뭇하고 즐겁다' '공경할 만하다'는 뜻을 갖고 있다. 같은 뜻의 '감사하다'는 '고마움을 나타내는 인사'의 한자 표현인 '감사'(感謝)에서 파생된 것이다.
이건범 대표는 "'고맙다'는 말은 고마운 느낌을 표현하는 우리 토박이말이고, '감사하다'는 그 느낌을 나타내는 중국말이거나 일본말"이라며 "옛날 양반층에서 아버지의 높임말을 '부친' '춘부장'이라고 하던 것과 같이 한자 표현을 높임말로 이해한 데 따른 편견"이라고 지적했다.
'감사하다'는 표현이 일본말 '칸샤시마스'感謝します)에서 유래했다는 설에 대해서는 "중국에서도 '깐시에'(感謝)라는 말을 쓴다"며 "일본말이라기보다는 한자어로서 우리 선조들이 써 왔고 중국, 일본에서도 공통적으로 쓰이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하다'는 말을 쓰지 말자고 할 것까지는 없지만 '고맙다'는 말을 쓰는 것이 건방진 게 아니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는 있다"는 것이 이 대표의 지론이다.
그는 "'고맙다'는 말을 쓰는 게 보다 바람직하다고 본다. 오랜 교육의 관성으로 생긴 편견 탓에 '고맙다'는 말을 처음 쓸 때는 상대방에게 잘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도 있는데, 자꾸 쓰다 보면 그런 느낌은 사라지고 굉장히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며 "예를 들어 지하철 5·6·7·8호선 구내 방송에서도 늘 '고맙습니다'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토박이말을 자꾸 써야 토박이말로 더 많이 생각할 수 있게 되고, 그래야 새로운 우리말도 많이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요즘 젊은이들이 예전처럼 새로운 말을 한자로만 만들어야 한다는 편견에 구애받지 않고, '밀당'처럼 일단 낱말을 막 만드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 이 과정에서 좋은 말은 살아남을 테고, 설득력이 없는 말은 생명력을 얻지 못한 채 사라질 것이다. 기성세대는 용기가 없었기 때문에 새로운 말을 많이 만들어내지 못하고 한자나 영어를 써 버렸다. 그런 면에서 기성세대는 오히려 창조적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