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는 지난해 6∼9월 있었던 취식 강요 사건에 대한 피해 병사·가족의 진정 3건을 접수해 5개월간 해당 부대원들을 전수조사 수준으로 심층 면접한 결과, 이와 같은 사실이 드러났고 16일 밝혔다.
취식 강요는 해병대 내에서 마치 전통처럼 인식되고 있었으며, 취식 강요 피해자가 선임병이 되면 자신이 당했던 것과 똑같이 후임병에게 되갚는 방식으로 이어져 온 것으로 조사됐다.
포항 지역 해병부대 병사인 A(21)씨는 인권위 조사에서 후임병에게 "해병대에 왔으니 악기바리 한번 당해보는 것도 괜찮다"며 취식 강요를 했다고 인정했다.
피해 후임병은 A씨가 체중 목표를 정해놓고 수시로 취식을 강요했다고 진술했다. 양쪽 주머니에 초코바를 각각 7개와 9개를 넣은 뒤 후임병에게 한쪽을 골라 그 주머니에 있는 초코바를 다 먹도록 하는 방식이었다. 이 때문에 피해자는 체중이 75㎏에서 84㎏까지 불었다.
후임병의 성기를 만질 때마다 병기 번호를 외치도록 하고, 샤워장에서 성희롱 등 모욕을 주는 등 성추행·성희롱이 있었다는 진술도 나왔다.
A씨는 자신도 과거 선임병에게 피해를 봤다면서 "대통령 특식으로 나온 초코바를 2일 동안 180개까지 먹었고 전입 때 체중이 61㎏이었는데 나중엔 81㎏까지 쪘다"고도 말했다. 이미 전역한 선임이 수시로 자신의 엉덩이에 성기를 대고 유사성행위를 당했다고도 진술했다.
제주 지역 해병부대에서 복무한 B(22)씨는 다수 후임병에게 파이 종류의 빵을 햄버거 모양으로 눌러 한 번에 10여개씩 먹이는 취식 강요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도 신병 시절 선임병에게 취식 강요를 당했다고 인권위에 말했다.
그러나 해병대는 이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응했다. 제주 지역 부대의 중간간부는 피해자로부터 취식 강요 신고를 받고도 신속히 직속상관에게 보고하지 않아 경고장을 받았다.
군 검찰은 현재 A씨를 기소하고 다른 가해자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미 전역한 B씨 사건에 대해서는 경찰에 관련 사건을 넘겼다.
인권위는 "2011년 해병대 2개 부대에 대한 직권조사를 통해 병영 악습 개선을 권고했고 2015년엔 윤 일병 사망사건 등 조사를 통해 국방부 장관에게 재차 병영 악습 개선을 권고했다"며 "국방부는 여러 대책을 수립했다고 통보했으나 이번 조사 결과 병영 악습은 사라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군 내부의 자체 개선방식으로는 악습 근절이 어려운 것으로 판단하고 해병대 사령관에게 외부 전문기관이 참여하는 조직진단을 할 것을 권고했다.
국방부 장관에게도 인권위와 협의해 군 내 인권교육을 강화할 것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