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이기권 노동부 장관의 딸과 결혼한 박모(32)씨.
하지만 박씨는 결혼하기 불과 1년여 전인 2015년 3월, 직업능력심사평가원에 1년 계약직으로 취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기관은 노동부 산하기관이자 이 장관이 2014년 7월 장관으로 취임하기 직전 약 2년 동안 총장을 지냈던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산하기관이다.
박씨가 선발된 전문직 전형은 한기대 산학협력단이 주관해 서류심사와 면접심사 단 2개 전형으로 이뤄졌는데, 이 과정에 요구된 서류는 자기소개서와 응시원서 뿐이다.
하지만 자소서를 2, 3장씩 작성한 다른 응시자와 달리 박씨의 자소서는 A4용지 한 장 분량에 불과하고, 응시원서의 교육사항이나 자격사항은 텅 비어있다.
그나마 채워진 경력 사항에는 공군에서 병장으로 제대하기 전까지 '전산지원 및 서류처리'를 했다는 내용이 있고, 기타 활동에는 대학 시절 전공한 프로그램 개발 관리 관련 활동이 있다는 내용이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박씨는 185명이 지원한 신규직 전형에서 1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최종합격자 14명에 당당히 포함됐다.
이후 이 장관의 딸과 결혼하기 직전인 지난 2016년 6월에는 동료 54명과 함께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이 역시 전환 과정의 면점 심사위원 7명 중 5명이 한기대 내부 인원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부터 박씨의 채용을 놓고 의혹이 제기되자 박씨는 지난 9일 개인 사유를 들어 돌연 사직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이 장관의 딸 혼인 당시 박씨의 직업을 놓고 '설왕설래'가 있었다"며 "이 때문에 관료들의 결혼식 출입도 꺼린 것 아니겠느냐"고 귀띔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사위와 딸이 처음 소개받아 사귄 시점은 2015년 8월로, 이미 심평원에 입사한 이후였고, 그 해 10월쯤 사위와 첫 인사한 뒤 양가 상견례도 16년 봄에 가졌다"며 "그 자리에서야 서로 제가 장관이고, 사위가 그 곳에서 근무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고 해명했다.
이 장관은 "정규직 전환이 예정됐다고 해서 오히려 가을로 결혼을 늦추자고 제안했다"며 "김영란법 때문에 노동부 관료들의 결혼식 참석을 자제해달라고 부탁했을 뿐, 사위가 본인의 상관들에게 청첩장을 다 돌렸기 때문에 숨길 수도 없는 일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양대 대학원도 수료했는데 비정규직으로 입사한 것을 특혜라고 볼 수 있느냐"며 "노동계나 정치권에서 이 문제를 들춰내기 때문에 괴로워 회사를 그만뒀다"고 덧붙였다.
또 한기대 측은 "전형 절차에 한기대 교수가 참여하고, 관련 인사 전형도 한기대가 진행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심평원에서 실제 채용과 직무 분담을 맡았기 때문에 관련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심평원 측도 "박씨가 지난 9일 사직 처리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 장관의 사위라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고위공직자의 가족이 산하기관에 손쉽게 취업한 정황만으로도 인사 개입 의혹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일반 청년들에게는 비정규직과 파견직이라도 감사히 일하라던 이기권 고용노동부장관이 정작 사위는 본인이 총장으로 있던 한기대에 특혜 채용시키고 일년만에 정규직 전환토록 한 것은 청년에 대한 배신에 다름 아니다"라며 "이기권 장관은 대국민 사과를 하고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