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이 선언한 ‘정치교체', 실체는 '내각제 개헌'

與野 개헌파 긁어모은 '反문재인' 연대 노려…3일간 영호남 넘나들며 광폭 행보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지난 12일 귀국 일성(一聲)을 통해 강조한 '정치교체'의 실체가 점점 베일을 벗고 있다. 대통령제인 현행 헌법을 내각제 중심의 권력구조로 개편하는 방안이 핵심인 것으로 보인다. (사진=윤창원 기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지난 12일 귀국 일성(一聲)을 통해 강조한 '정치교체'의 실체가 점점 베일을 벗고 있다. 대통령제인 현행 헌법을 내각제 중심의 권력구조로 개편하는 방안이 핵심인 것으로 보인다.


반 전 총장은 15일 경기도 평택 제2함대의 천안함 기념관을 방문한 직후 기자들에게 "여러 차례 정권 교체가 있었다"며 "선거도 국회의원 선거, 지방선거, 대통령 선거 그때마다 지도층이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나 그 과정서 보아온 것은 국민들이 바라는, 민주주의 원칙에 합당한 방향으로 개선되지 않고 (사람만) 교체됐다"며 "집권한 사람들이 (같은) 제도 내에서 하다보면 같은 과오를 계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권이 교체돼도 제도가 바뀌지 않으면 최순실 게이트와 같은 권력형 비리의 '과오'가 반복될 것이란 주장이다.

결국 개헌을 통한 제도 개혁, 즉 '정치교체'를 강조한 발언으로 박근혜 정부의 실정을 겨냥하며 '정권교체'를 내세운 야권의 대안을 일축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 전 총장이 이날 안보 행보로 보수층 표심을 공략한 데 이어 연일 여야‧지역을 넘나드는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이유도 세력 규합을 통해 개헌을 추진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보인다.

그는 16일엔 거제 조선 산업 현장을 방문하고 부산 자갈치 시장을 방문하는 등 PK(부산‧울산‧경남) 공략에 나선다. 이어 17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이 있는 봉하마을에 가 미망인 권양숙 여사를 예방할 계획이다. 같은 날 팽목항으로 이동한 뒤 전남 영암으로 향한다.

18일에는 광주에 들러 5‧18 민주묘지에 참배를 한 뒤 다시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한다. 19일엔 대전 현충원을 방문한 뒤 서울로 돌아올 예정이다.

(사진=윤창원 기자)
16~18일 3일간의 일정을 분석하면 영호남을 가로지르는 행보를 이틀 간 반복하는 셈이다. PK에서 호남으로, 다시 광주에 TK(대구‧경북)으로 횡단하는 일정을 이틀 간 반복한 뒤 마지막 날 충청을 들러 상경하는 코스다.

사실상 여야 표심의 집결지인 핵심 지역들을 섭렵하며, 모든 표심을 두루 공략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반 전 총장이 이른바 '빅-텐트'를 치게 될 제3지대에 모일 정파로는 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비문, 국민의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 등 호남 세력 일부, 새누리당 인명진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충청권 의원들, 바른정당의 김무성 의원의 측근, 옛 친이(친이명박)계 인사 등이다.

이들을 총결집해 개헌 추진 세력으로 규합한 뒤 내각제를 기반으로 한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통해 자신은 외치를 맡는 대통령에 출마하고, 빅-텐트의 최대 지분을 가진 인물이 내치를 담당하는 총리를 맡는 합종연횡을 꿈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명분은 '국민 통합'에 있지만, 실제 노림수는 '반(反)문재인' 연대를 구축하는 것이다. 반 전 총장이 지난 12일 귀국 당시 "패권과 기득권은 더 이상 안 된다"며 "국민통합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 연대를 위한 자리 깔기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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