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젖은 눈시울에 지지자들은 눈물로 화답한다. 이내 서로는 포용과 화합, 약속과 다짐이 어우러진 우리(We)를 확인한다.
'연설의 귀재'이기도 하지만 그의 연설에는 소통 리더십이 물씬 풍겨나는 진정성이 있다. 눈물은 어쩌면 본질이 아니다.
아흐레 뒤 백악관을 떠나는 오바마의 고별 연설도 마찬가지였다. '4년 더! 4년 더! (four more years!)'를 연호하는 지지자들에게 오바마는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미국을 바꾼 주인공은 바로 여러분"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매일 국민들로부터 배웠고, 국민들이 자신을 더 나은 대통령,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새까맣던 머리카락이 반백이 된 오바마는 국민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는 장소로 백악관이 아닌 자신의 '정치적 고향' 시카고를 선택했다.
시카고는 오바마가 8년 전 변화와 희망을 꿈꾸며 '우리는 할 수 있다', 'Yes, we can'을 외쳤던 곳이다.
오바마는 바로 그 곳에서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의 시작점과 '우리는 해냈다(Yes, we did)'의 끝점을 찍고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직분'인 시민으로의 복귀를 신고했다.
미국 언론들은 오바마의 고별 연설을 '민주주의에 바치는 헌사(獻辭)'라고 극찬했다. 마지막까지 국민적 인기를 유감없이 보여준 '화이트 하우스의 블랙 프레지던트' 오바마였다.
물러나는 오바마의 지지율은 55%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지지율(37%)보다 높다. 오바마의 고별 연설을 접하면서 남의 나라 일이지만 부러움과 아쉬움이 교차된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온 나라가 혼돈에 빠진 우리의 오늘과 너무 대비되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저에 유폐(幽閉)된 박근혜 대통령은 과연 오바마의 마지막 연설을 시청했을까? 만일에 봤다면 무슨 생각을 했을지 정말 궁금하다.
'이럴려고 대통령 했나'라는 자괴감은 어느새 자신감으로, 부끄러움은 뻔뻔함으로, 대국민 약속은 말바꾸기와 모르쇠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는 시간끌기로 대응하고 있는 박 대통령이다.
헌재의 탄핵 심판 피청구인이자 최순실 게이트의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 수사를 받아야 하는 박 대통령에게 주어진 기회는 그리 많을 것 같지 않다.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반성, 그리고 솔직한 고백만이 그나마 남아 있는 박 대통령의 명예를 잃지 않는 길이다.
오바마는 마지막 연설에서 국민들을 섬겼던 것이 자기 인생의 영광이었다고 고백했다.
섬김과 소통의 리더십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박 대통령에게 양심의 떨림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