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뿐만 아니라 그 2주 전부터 매주 수요일 청와대 관저에서 휴식을 취한 사실을 확인했다.
박 대통령 측은 10일 헌재에 제출한 답변서를 통해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인 지난 2014년 4월 16일 공식 일정이 없었고, 그날따라 컨디션이 좋지 않아 관저 집무실에서 업무를 봤다"고 밝혔다.
이는 공교롭게도 세월호 참사 당일에만 관저에 있었다는 뜻으로 읽힌다.
'문고리 3인방' 가운데 한 명인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은 지난달 26일 남부구치소에서 열린 비공개 청문회에서 박 대통령이 참사 당일에만 일정을 비웠다고 답변했었다.
하지만 이런 해명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박 대통령은 최소한 그 2주 전부터 수요일마다 관저에 있었다는 진술과 정황을 특검이 확인했기 때문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세월호 당일을 비롯해 그 2주 전부터 매주 수요일 관저에서 쉰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이 수요일과 금요일 중 상당부분을 공식일정 없이 관저에 머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취임 직후인 2013년 3월부터 2014년 4월까지 (평일 기준) 공식 일정이 없는 날은 해외 순방 일정을 제외한 총 269일 가운데 58일이나 된다.
평일 닷새마다 하루를 쉰 셈이다.
공식 일정이 없는 날은 금요일(16일·26.2%)이 가장 많았고 수요일(14일·23%)이 그 뒤를 이었다.
박 대통령 측이 직무태만 비판을 피하기 위해 내세운 '관저 집무실'이라는 생소한 용어도 도마위에 올랐다.
관저는 대통령의 집무실이 있는 본관에서 동쪽으로 약 200m 떨어져 있는 별도의 건물로 대통령의 사생활이 이뤄지는 곳이다.
관저에서 본관까지는 도보로 3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렇게 가까운 본관 집무실을 두고 굳이 TV도 없는 관저에서 집무를 본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유시민 작가도 지난해 11월 한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해 "(접견실에는) 대통령 책상 하나 있다. 중요한 보고가 있을 때, 나도 1년 반 (국무의원을)하면서 딱 한 번 관저 보고를 해봤다"며 "그런데 그걸(접견실을) 집무실이라고 하냐"고 청와대의 해명을 반박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도 국가공무원에 해당하기 때문에 복무 규정상 주 40시간을 출근해서 업무를 봐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박 대통령은 이번 해명으로 오히려 '직무를 태만했다'는 비판은 더욱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