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이런걸까"…30대 미혼男의 '정유년 블루스'

'툭'하고 까치가 나이 한 살을 놓고 갔다. 피할 방법이 없는 새해 선물이다.

20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서른넷이라니. 30대 중반이 된 내 나이가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2015년 대한민국 신혼부부 남성 평균 초혼 연령은 31.8세. 내가 속한 30~34세는 남성 연령대를 통틀어 혼인율이 가장 높다. 그런데도 난 여전히 혼자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갔고, 군복무도 마쳤다. 그 어렵다는 취직도 했다. 남들처럼 직장을 다니며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예쁜 아기도 낳을 줄 알았다. 나이가 되면 다 될 줄 알았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오전 7시에 일어나 아침도 거른 채 평균 1시간의 출근길을 달려 직장에 도착한다. 주 2회 야근, 주 1회 회식하며 매주 45시간 정도를 일한다. 월급은 세후 250만 원 안팎. 혼자 쓰기 적지 않아 보이지만 실제 수중에 쥐어지는 돈은 얼마 안된다.

월세 50만 원(관리비 포함), 학자금 상환 50만 원, 적금 50만 원, 통신비 10만 원(인터넷 포함), 교통비 20만 원, 식비 20만 원, 보험료 10만 원. 고정지출만 해도 200만 원을 훌쩍 넘는다.


30대가 되니 챙겨야 할 것도 늘었다. 친구, 직장동료의 경조사가 이어진다.

2015년을 기준으로보면 대한민국 신혼부부 52%는 수도권에 산다. 신혼부부 대부분은 신혼집 때문에 4,000만 원 이상 빚을 지고 있다.

얼마 전 한 결혼컨설팅 회사에서 2016년 결혼 비용을 2억 7,400만 원으로 발표했다. 2억 원 정도가 신혼집 마련에 들어갔다. 믿기지 않는 통계이지만 안 믿을 방법도 없다. 불안감도 생긴다.

그래서일까. 결혼을 바라보는 30대 친구들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2008년에는 결혼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 사람(50.7%)이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라고 생각한 사람(27.1%)보다 많았다.

그런데 2016년에는 결혼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41.1%)은 줄어들었고, 시큰둥하게 받아들인 사람(47.2%)은 큰 폭으로 늘어났다.

이제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됐다.

실제로 결혼하지 않는 30대 남성 1인 가구는 2010년에서 2015년 사이 20% 이상 증가했다. 함께 힘들게 살기보다는 혼자 편하게 즐기는 삶을 택한 것이다.

2016년 상반기 판매된 수입차 10대 중 3대는 30대 남성이 사갔다고 한다. 결혼을 염두에 두지 않은 30대의 소비 패턴으로 이해하는 시각도 있다.

얼마 있으면 설날이다. 친구들과 미리 저녁 약속도 잡았다. 처자식이 있는 유부남들은 이리저리 눈치가 보여 나오기 쉽지 않은 모양이다. 그래도 나처럼 아직 혼자인 친구들이 적지 않아 모임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다.

"나만 이런걸까. 에이 설마 나만 이런 건 아니겠지"

*본 기사는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등 대한민국 30대 남성의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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