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는 분노와 슬픔의 시간 속에 1000일이 흘렀지만 '세월호 7시간'은 고장 난 시계처럼 멈춰 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은 자신의 탄핵 사유에까지 포함된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의 행적을 이제는 더 이상 숨겨서는 안 된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변명이나 앞 뒤가 맞지 않는 설명도 용납될 수 없다.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생명권 보장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는지 국민들은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실망스러움을 넘어 진짜로 국민을 화나게 만들고 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이 10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세월호 7시간'의 행적을 담은 답변서 내용에 오류와 모순점이 많기 때문이다.
분량도 고작 A4 용지 19쪽으로 사실상 기존 주장을 짜깁기한 수준이고, 탄핵소추 위원단이 제출한 자료 1600쪽에 비하면 부실하기 짝이 없다.
간단히 일부 내용만 살펴보더라도 과연 박 대통령이 진실을 밝힐 의지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당장 참사가 발생한 오전 8시 50분쯤부터 1시간 동안 박 대통령은 무엇을 하다 오전 10시에 보고를 받게 됐는지 답변서에는 아무런 내용이 없다.
박 대통령이 김장수 당시 국가안보실장과 7차례 통화를 한 것으로 돼있는데, 정작 첨부자료에는 서면 보고라고 적혀 있고, 또 구체적으로 누가 발신을 했는지, 어떤 경로로 통화했는지도 밝히지 않았다.
또 당일 오전 안봉근 비서관이 직접 '관저 집무실'로 와서 세월호 상황을 대면 보고했다고 밝혀 놓고서는, 당일 관저 출입은 간호장교와 미용 담당자 이외에 아무도 없다고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을 하고 있다.
오전 9시 53부터 오후 5시 40분까지 5분에서 10분 간격으로 세세하게 행적을 적으면서도 오후에 미용 담당자가 20분 머리를 손질한 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도착할 때까지 1시간 30분 동안의 행적은 밝히지 않았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 측은 "답변서가 부실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참사 당일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고 반박했다.
촛불은 민심이 아니라는 막무가내 궤변에 이어 '세월호 7시간'의 행적도 떳떳하다는 박 대통령 측의 뻔뻔함이다.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 방송에 수 백여명의 어린 목숨이 수장된 그날의 순간 순간을 국민들은 아직도 소름 끼칠 정도로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은 두루뭉술 넘어갈 사안이 결코 아니다. 박 대통령이 끝까지 진실을 감춘다면 '세월호 7시간'은 어두운 그림자처럼 영원히 그를 따라 다닐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