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을 열흘 앞둔 트럼프정부도 다양한 악재를 예고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의 대응은 변죽만 울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이하 한국시각) 새벽 뉴욕에 도착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보스턴에서 투자자들과 미팅을 가졌다. 11일 새벽엔 다시 뉴욕에 날아가 '트럼프 인맥'으로 알려진 골드만삭스와 블랙스톤 회장을 각각 30분씩 차례로 만난다.
이들은 트럼프정부를 이끌 차기 내각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관련 인사'들이다. 블랙스톤의 스티븐 슈워츠먼 회장은 트럼프 정권인수위원회 경제자문단 '전략정책포럼'의 위원장을 맡았다.
로이드 블랭크페인 회장 역시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에 내정된 게리 콘, 재무장관에 임명된 스티븐 므누신 같은 골드만삭스 출신들이 차기 내각에 여럿 포함됐다는 점에서 '공략 대상'에 올랐을 뿐이다.
따라서 이들 '관련 인사'에게 전달하는 메시지가 미국의 차기 정부 어느 선까지, 얼마나 효과적으로 정책에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유 부총리는 방미에 앞서 "이들이 새 정부의 핵심인사와 가교 역할을 해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역설적으로 우리 정부의 '빈약한 경제인맥'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당장 중국과 힘겨루기에 나선 미국이 '새우등' 격인 한국까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0억 달러 규모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을 앞두고 있는 우리 정부로서는 애가 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정규철 연구위원은 "아무래도 트럼프와 관계된 가장 중요한 이슈는 환율조작국 지정 문제"라며 "실제로 우리 경상수지 흑자가 워낙 크기 때문에 미국쪽에서 공격할 여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방어 논리를 충분히 준비해 미국 당국자들을 설득해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와 관련, 유 부총리는 "경상수지 흑자를 줄이려 노력하겠다"며 미국산 셰일가스 도입을 예로 들었지만, 트럼프정부가 어떤 대응에 나설지는 불투명하다.
유 부총리는 "중국이 공식적으로 보복을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범정부 대응팀을 운영하는 것 자체로 또 다른 이슈가 될 수 있다"며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여기에 그동안 별 고려 대상이 아니었던 '일본 리스크'마저 모호한 위안부 합의를 빌미로 수면위에 떠오른 상태다. 소녀상 설치를 문제삼은 일본이 통화 스와프 협상을 일방적으로 중단한 데 이어, 또다른 후속 카드를 내놓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
가뜩이나 '북핵 리스크'를 안고 있는 한국 경제에 내수 침체와 성장 둔화는 물론, 외교적 패착이 자초한 위기까지 삼중사중으로 덮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