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이 두 사람에 대해 조만간 소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소환은 이르면 이번주에 이뤄질 전망이다.
9일 법조계와 특검 등의 말을 종합해 보면, 특검팀은 문화·예술 분야 특정 인사와 단체에 대한 지원을 끊도록 한 소위 블랙리스트 관련해 김기춘 전 실장의 혐의를 상당부분 확인했다.
특검은 김 전 실장이 정권에서 성향을 나눠 진보 인사·단체에 대한 지원을 끊으라고 지시했다는 진술과 물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전 실장에 대해 소환을 예고한 것을 보면 수사 성과를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 전 실장이 부당하게 인사에 개입한 의혹도 특검의 주요 수사 대상이다.
그는 블랙리스트에 반발한 문체부 실국장 6명에 대해 사직서를 받으라고 지시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실국장 6명 가운데 3명이 공직을 떠나야 했다.
하지만 김 전 실장의 인사 개입은 더욱 다양하게 이뤄졌을 개연성이 크다.
유진룡 전 장관은 지난달 27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이 요구한 인사 청탁을 거절하자 그 이튿날 "'영명하신' 김기춘 실장이 바로 전화를 하시더라"고 폭로한 바 있다.
특검 측은 "김 전 실장의 다른 문제도 다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뒤늦게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인정한 조윤선 장관에 대해서도 특검은 혐의 입증에 많은 진척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조 장관이 정무수석으로 일할 당시 정무수석실 주도로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특검은 파악하고 있다.
김 전 실장과 조 장관도 비슷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인다.
특검이 블랙리스트 관련해서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이유는 헌법의 가치를 훼손한 중대한 문제로 보기 때문이다.
이규철 특검보는 정례브리핑에서 "고위공무원이 블랙리스트를 작성·시행한 것이 사상 및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1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블랙리스트 대상자들의 실제 피해를 봤다는 점도 특검이 정공법을 택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