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론은 저급한 시나리오"라고 이미 선을 그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와의 연대 여부가 궁금해서도 아니고, 그의 입당을 학수고대하고 있는 바른정당에는 언제 들어갈건지 궁금해서도 아니다.
단지 12.28 위안부 합의는 "올바른 용단"이라고 했던 1년전 그의 발언의 배경이 자못 궁금하기 때문이다. 마침 그의 귀국 시기에 맞춰 위안부 합의 문제가 한일간 첨예한 외교 현안으로 부상했다.
일본 정부는 부산 일본 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를 계기로 자국 대사를 일시 귀국시키는가 하면 아베 신조 총리까지 나서 "10억엔을 줬으니 합의를 지키라"며 대대적인 공세를 벌이고 있다. 식물상태인 박근혜의 청와대는 대응할 여력도 의지도 없고 윤병세의 외교부도 마찬가지다.
반기문 전 총장은 지난해 1월 1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신년 인사차 가진 전화통화에서 위안부 합의를 "올바른 용단"이라며 "역사가 높이 평가할 것"이라고 극찬했었다.
하지만 국내의 정치상황이 180도 달라졌다는 점에서 그는 별명처럼 '기름장어' 빠져나가듯 비켜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해 3월에도 자신의 발언에 대해 국내에서 비난여론이 제기되자 그는 뉴욕 유엔 본부를 찾아온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에게 "피해자들이 살아계실 때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 노력에 대해 평가했던 것인데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물러섰었다.
또 지난 1년간 그가 바꿔온 행보나 태도, 발언 등을 봐도 어떻게 나올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위안부 합의 당시에도 국내에선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반성을 담보받지도 못한 상황에서 달랑 10억엔을 받고 '최종적 불가역적 해결'을 선언했다며 반발 여론이 거세게 일었던 터였다.
그런 사정을 알면서도 위안부 합의를 극찬한 것은 누가 봐도 '박근혜 줄서기'로 여겨졌다.
박 대통령과는 이미 2015년 추석 연휴 뉴욕 방문기간 중 6일간 7번이나 만나는 등 밀월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같은 해 9월 유엔본부에서 열린 '새마을운동 고위급 특별행사'에서는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새마을운동이 산불처럼 번지고 있다"며 '박비어천가'를 늘어놨었다.
친박계는 '반기문 대통령-친박계 총리'를 염두에 둔 개헌론을 띄우면서 반기문 대망론에 불을 지피면서 호응하던 터였다.
지난해 5월 그가 떠들썩하게 한국을 방문하기까지, 심지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그가 박 대통령의 후계자가 되리라는 것은 정치권의 누구도 부인하지 않았다.
그러던 그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고 난 뒤인 지난해 11월부터 말을 바꿨다. "한국민들이 몹시 화가 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하더니, 박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뒤에는 "한국 국민은 국가의 리더십에 대한 신뢰가 배신당했다고 생각하고 있다"(12월 16일 뉴욕 외교협회 연설)며 '박근혜의 용어'인 '배신'이라는 단어까지 사용하며 결별을 선언했다.
'위안부 합의는 올바른 용단'에서 '(박근혜) 리더십에 대한 신뢰의 배신'까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기간 동안 보인 그의 변신은 현기증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정치인이 특정인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거나 정당을 갈아타거나 말을 바꾸는 행위에 대해선 스스로 책임을 지면 된다.
그러나 "위안부 합의가 용단"이었다는 평가는 유엔 수장으로서의 발언이었고 일본 편을 드는 것으로 보여 지금도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국익과는 관계없이 오직 박 대통령에 대한 줄서기 차원이었다면 더더욱 문제될 수 밖에 없다. 12일 귀국 일성이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