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연상시킨단 이유로 관객 앞에서 공연 끊어"

광화문광장에 들어선 '블랙텐트'…빼앗긴 극장에도 봄은 온다

세월호 참사 1000일을 이틀 앞둔 7일 오후 서울 중구 광화문광장에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는 의미로 304벌의 구명조끼가 놓여져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갠지갠지 갠지갠지" "덩 덩 쿵 더쿵"


2017년 새해 첫 주말 촛불집회가 열린 7일 서울 광화문 광장, 오후 4시께 이순신장군 동상 뒷편에서 꽹과리·징·장구·북 소리가 어우러진 신명나는 풍물 가락이 울려 퍼졌다. 10여 명으로 꾸려진 풍물패 옆에는 검은색 천막이 둘러쳐진 가건물이 들어서 있었다. 그리고 '빼앗긴 극장, 여기 다시 세우다. 광장극장 블랙텐트'라 적힌 현수막이 가건물에 달렸다. 이 자리에서 뿌려진 유인물에는 '광장극장 블랙텐트'를 설명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광장극장 블랙텐트 운영위원회 등은 유인물에서 "박근혜 정부는 청와대가 직접 주도하여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이를 근거로 현장 예술인들에게 지원금 배제 등 각종 불이익을 주었습니다"라며 글을 이었다.

"블랙리스트 작성 근거는 박근혜 정부 비판, 문재인·박원순 등 야당 후보 지지, 세월호 진상 규명 요구였습니다. 국가의 공적 기구나 공공기금에서 다른 목소리를 배제한 것입니다. 블랙리스트 작성과 예술검열로 인한 배제는 단지 예술가들의 피해에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다양한 정견 표현에 대한 억압은 민주주의 정치 질서의 기반을 파괴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운영위는 "박근혜 정부에서 연극인들은 정부가 운영하는 공공극장을 빼앗겼습니다"라며 블랙텐트를 운영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우리의 공공극장에서 동시대 고통 받는 목소리들은 사라졌습니다. 공공극장에서 동시대 공동체의 삶에 대한 사유와 성찰은 중지되었습니다. 세월호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공공극장 책임자들이 관객이 보는 앞에서 공연을 중단시키는 일마저 발생했습니다. 블랙리스트와 예술검열은 연극인들에게 무대를 빼앗고 관객들에게 공론장으로서 공공극장을 빼앗았습니다."

◇ "박근혜 퇴진 때까지 세월호 희생자·일본군 '위안부' 등 다룬 공연 상연"

제11차 주말 촛불집회가 열린 7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 광장극장 '블랙텐트'가 들어서 있다. (사진=이진욱 기자)
"우리는 지금 여기 광화문광장에서 '광장극장 블랙텐트'를 세우고 박근혜 정부가 퇴진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합니다"라는 것이 운영위의 다짐이다.

"광장극장 블랙텐트는 시민과 함께하는 임시 공공극장으로 한국의 공공극장이 거의 외면했던 세월호 희생자, 일본군 '위안부'를 비롯한 각종 국가범죄 피해자들, 해고 노동자를 비롯하여 자본에 박해 받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자 합니다."

운영위는 "이곳(블랙텐트)은 새로운 나라,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는 공동체를 열망하는 시민들이 함께 만나는 또 다른 광장"이라고 강조하며 아래와 같이 호소했다.

"우리는 이곳에서 시민 여러분과 함께 연극과 극장의 공공성을 기초부터 다시 배우고자 합니다. 연극과 극장의 공공성은 동시대 살아 있는 구체적인 인간의 고통과 기쁨이 파도치는 광화문광장에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광화문광장을 찾아오시는 시민 여러분, 시민극장이자 임시 공공극장 '블랙텐트'의 주인이자 관객이 되어 주십시오."

광장극장 블랙텐트는 오는 10일(화) 오후 4시 개관식과 13일(금) 오후 8시 오픈기념공연을 거쳐, 16일부터 매주 월~금요일까지 오후 8시에 공연을 펼친다. 16~20일에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헌시 '빨간시'(극단 고래)를, 23일과 24일에는 세월호 가족들이 시민들을 위로하고자 준비한 연극 '그와 그녀의 옷장'(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이 상연된다. 이어 25~27일에는 마임 공연이, 31~2월 3일에는 검열 언어의 폭력성을 조명한 '검열언어의 정치학: 두 개의 국민'(극단 드림플레이 테제21)이 무대에 오른다.

블랙텐트에 관한 자세한 문의는 페이스북 페이지(www.facebook.com/theaterblack)에서 받는다. 후원은 '우리은행 1002-256-380791(이해성)'으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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