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1시 55분께 특검에 출석한 정 전 차관은 '피의자 신분인데 아직도 혐의 부인하나', '블랙리스트 본 적 있나', '작성 지시 누구한테 받았나', '조윤선 장관과 블랙리스트 논의한 적 있나'라는 등 쏟아지는 취재진 질문에 "특검 조사에서 잘 말씀드리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최순실 개인 수첩에 본인 이름이 있는데 한 말씀 해달라'는 요구에는 "그 얘기는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부인했다.
정 전 차관보다 10분가량 일찍 모습을 드러낸 신 전 비서관은 특별한 언급 없이 "조사 잘 받겠다"고만 했다.
두 사람은 지난달 27일과 28일 각각 특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이후 관련자 진술과 확보된 증거물 등을 통해 이들이 블랙리스트 작성·관리에 개입한 사실을 확인하고 피의자로 신분을 전환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구체적인 직권남용 혐의를 파악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곳으로 의심받는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정 전 차관은 2014년 9월부터 작년 2월까지 정무수석실 국민소통비서관을 지냈다. 신 전 비서관은 2013년 3월부터 정무수석실 국민소통비서관으로, 2014년 6월부터 작년 4월까지는 정무비서관으로 일한 바 있다.
이들은 2014년 6월부터 작년 8월까지 정무수석을 지낸 조윤선(50) 문체부 장관과 근무 기간이 겹친다.
특검은 두 사람을 상대로 블랙리스트 최초 작성을 주도한 청와대 윗선이 누구인지, 어떤 경로로 문체부까지 내려왔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조사가 마무리되면 조 장관과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특검 수사의 사정권 안에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르면 다음 주 중 나란히 소환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은 지난달 초 문화·예술 관련 시민단체에 의해 직권남용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고 특검은 같은 달 26일 두 사람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관련자 진술 등을 통해 구체적인 개입 정황이 상당 부분 파악된 상태다.
앞서 특검은 현 정권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을 정부 지원에서 배제할 목적으로 작성된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공식 확인한 바 있다. 리스트에는 '좌파 성향'으로 분류된 1만여명의 이름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 수사가 김 전 실장이나 조 장관을 넘어 종국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향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특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도 5일 정례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이 명단 작성을 지시한 정황이 있는지 수사하고 있다"며 수사의 최종 타깃으로 박 대통령까지 고려하고 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1일 출입기자단과의 신년 인사회에서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