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
① 천일 동안 켜켜이 새긴 눈물…진실 인양 날갯짓 ② "도언아, 엄마 다짐 멀리서나마 듣겠지…보고 싶다" ③ 국가폭력 아수라장 생존기 '내 이름은 유가족' |
지난 5일 찾은 416기억저장소의 한쪽 벽면은 빼곡히 이어붙인 수많은 종이 원통으로 메워져 있었다. '기억'을 뜻하는 이 원통 하나하나에는 그리운 세월호 희생자에게 보내는 편지, 그들이 떠나고 남긴 물품 등이 담겨 있다.
단원고 2학년 3반 고 김도언 양의 어머니인 이지성 416기억저장소장은 "(기억저장소가 자리한) 이 지역은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이 많이 살던 곳으로 아이들의 수많은 추억이 깃든 곳"이라며 "지금도 희생자 부모들이 많이 살고 있는 주택가로서 일상이 묻어 있는 거점과 같다"고 전했다.
이곳에서는 지난 2015년 6월부터 이어오고 있는 유가족들의 구술증언 녹취록을 열람할 수 있다. 지난해 8월까지 진행된 1차 작업을 통해 60여 명이 구술을 마쳤고, 먼저 유가족 10명의 기억을 오롯이 담아낸 녹취록을 10권의 책자로 엮어 공개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기록을 모으는 일은 '사회적 기억을 위한 기록'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기록전문가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지고 있기에 사회참여운동의 면모도 지녔다. 다시는 이러한 참사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공동체의 모습을 다지는 길이라는 데 그 의미는 남다르다.
416기억저장소 총무 김모 씨는 "저 역시 유가족으로, 일자리를 찾던 중 이곳을 알게 돼 지원했고 3주째 일하고 있다"며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셔서 고마움을 느낀다. 하루빨리 아이들이 모두 올라오고, 진상규명 활동을 통해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지난 2014년 꼬마였던 너는 지금 이렇게 컸는데…"
이곳에서 만난 416기억저장소 원애리 문화기획팀장은 "세월호 참사 1000일을 앞둔데다 방학기간이어서 가족 단위로 찾아오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몇 시간 전에 왔던 한 부모는 자녀에게 '2014년 꼬마였던 너는 지금 이렇게 컸는데, 여전히 아무것도 해결된 게 없단다'고 하더라"는 말도 덧붙였다.
416기억전시관의 천장에는 세월호 희생자 304명의 유품을 보관하는 기억함이 촘촘히 들어차 있다. 별이 된 아이들이 사고 당시 지니고 있던 지갑, 학생증, 1만 원권을 비롯해 생전 집에서 쓰던 면도기, 오카리나, 어릴 때 갖고 놀던 장난감도 눈에 띈다.
원 팀장은 "비어 있는 기억함은 아직 여기에 와서 아이들의 물건을 채워 넣을 마음의 여력이 없는 분들을 위해 남겨 둔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 전시관에서는 지난해 9월 23일부터 참사 1000일째 되는 9일까지 한국 민중미술을 대표하는 홍성담 화백의 작품 17점을 전시한다. 이들 작품에는 홍 화백이 기록한 세월호 참사의 가슴 아픈 순간과 염원이 담겨 있다. 맨발의 엄마와 아이의 영혼이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는 가운데 가라앉은 세월호에서 아이들이 날아오르는 광경, 희생 학생들이 청와대를 둘러싼 모습 등 작품 하나하나마다 우리네 슬픔과 분노, 희망이 투영됐다.
"(세월호 참사) 그날 아이들의 외침과 바람은 무엇이었는지, 이제는 우리가 그것을 직면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기획된 작품들"이라는 것이 원 팀장의 설명이다.
그는 "시민들이 '그래, 이건 아니야'라고 다시 한 번 다짐하고 참사의 아픔에 공감하면서 행동에 나서는, 문화예술을 통한 공감의 장으로서 (416기억전시관은)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