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000일, '그날'을 기록한 영화들

2014년 4월 16일. 봄인데도 유독 싸늘했던 그날 아침, 승객들 476명은 부푼 마음을 안고 제주도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들 중 단 172명 만이 살아 돌아왔고, 남은 304명은 차디찬 바다 속에서 세상을 떠났다. 아직까지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는 9명이다.

세월호 사고가 대한민국 역사 상 사상 최악의 선박 사고로 불리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컨트롤 타워의 부재도 그랬지만 탑승객들에게 생존의 기회조차 주지 않은 '인재'였기 때문이다.

오직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 방송으로 단원고등학교 학생들과 탑승객들은 하염없이 구조대를 기다리다 세월호와 함께 가라앉았다. 이어진 구조와 후속대처에서도 정부는 무엇 하나 유가족들의 마음을 보듬지 못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밝혀진 현 정부의 무능은 이미 그 때부터 시작됐다. 세월호 7시간'의 비밀이 풀리지 않은 지금, 우리가 다큐멘터리로나마 1000일을 맞은 세월호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다.

(사진=영화 '다이빙벨' 스틸컷)
◇ '다이빙벨', 세월호 구조 실태의 기록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은 세월호 사고 당시 벌어진 '구조 참사'를 기록한 영화다. 대안 언론인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가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는 지난 2014년 세월호 구조 당시 잠수 시간을 늘릴 수 있는 장비 '다이빙벨'을 투입하기 위해 벌어졌던 사투를 담았다.

거액을 들여 '다이빙벨'을 팽목항에 가져 온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는 자신을 끊임없이 방해하는 해경과 정부 측의 압박을 맞닥뜨리게 된다. 이상호 기자와 이종인 대표는 그런 상황 속에서 '다이빙벨'을 투입하려고 사력을 다하지만 돌아온 것은 냉대 뿐이었다.

언론 보도와 달리, 세월호 구조의 현실은 답답하기만 했다. 당시 잠수사들을 취재한 이상호 기자는 이들이 선내 진입을 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대기만 하고 있었던 상황을 그대로 담아냈다. 민관군 잠수요원 수백명이 총력을 기울여 수색하고 있다는 보도와는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

첫 세월호 다큐멘터리인 '다이빙벨'은 박근혜 정부가 검열·통제한 영화라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를 가진다. 고(故) 김영한 청와대 전 민정수석 비망록에 등장할 정도로 정부의 탄압에 시달렸고, 결국 이 영화를 상영했다는 이유로 부산국제영화제는 위기를 맞았다.


(사진=영화 '나쁜 나라', '업사이드 다운' 스틸컷)
◇ '나쁜 나라'와 '업사이드 다운', 남겨진 우리들의 이야기

두 다큐멘터리 영화는 세월호 사고 그 이후를 다뤘다.

세월호 이듬해에 개봉한 '나쁜 나라'는 유가족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은 작품이다.

메가폰을 잡은 김진열 감독은 2014년 5월 진도에서 유가족들을 처음 만나 1년 여에 걸쳐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유가족들의 투쟁을 기록했다.

영화 속 유가족들은 슬픔을 달랠 시간도 없이 거리로 내몰린다. 모든 진실을 밝혀 줄 세월호 특별법 제정은 정치권이라는 큰 장벽에 가로막힌다. 누군가는 지겹다고 귀를 막고, 누군가는 정치적이라며 비난했다. '세월호 진실을 밝히는데 온 힘을 다하겠다'는 대통령과 정치인들의 약속은 온데간데 없었다.

'나쁜 나라'는 평범한 부모인 유가족들이 이렇게까지 지난한 싸움을 이어온 이유에 집중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식을 그리워하는 평범한 부모이기에, 모두 가능한 일이었다. 자식들을 위해, 또 다시 같은 아픔이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업사이드 다운'은 세월호 사고를 통해 대한민국 사회의 뿌리 깊은 모순을 진단한다.

'나쁜 나라'가 유가족들에게 집중했다면 '업사이드 다운'은 세월호 사고가 드러낸 사회 구조적 문제점을 밝힌다.

4명의 유가족 아버지뿐만 아니라 각 분야의 전문가 16인이 대한민국에서 세월호 사고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한다. 모든 것이 자본과 효율로 환산되는 사회에 정의와 책임은 없다.

이 때문에 관계자들은 세월호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입을 다물었고, 사고 이후에는 누구도 사고를 책임지려 하지 않았다.

결과는 참혹했다. 컨트롤 타워가 되어야 할 정부와 제 2의 세월호 사고를 막아야 하는 국회 그리고 진실을 밝혀내야 할 언론까지, 모두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 것이다.

두 영화는 세월호 사고가 드러낸 우리 사회의 민낯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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