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측 서석구 변호사는 '촛불집회로 민의가 분명히 확인된다' 등 국회가 제시한 여러 탄핵사유를 일일이 반박했다. 이 과정에서 "촛불 민심은 국민의 민심이 아니다", "(촛불집회는) 사실상 대한민국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주장했다.
집회 주최측이 민주노총이고, 행사 때 내란선동 혐의로 해산된 통진당 인사의 석방 요구가 나오고,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자가 만든 노래가 집회에서 불려진다는 등 '색깔론'까지 나왔다. 탄핵증거에 포함된 각종 최순실게이트 언론 보도도 '북한이 칭찬하기 때문에' 증거능력이 없다는 주장도 제시됐다.
전세계가 주목한 민주적 평화집회가 헌법을 다루는 최고 재판정에서 반란·폭동으로 매도된 셈이다. 헌법상 집회·결사의 자유에 대한 '정치 성향' 기반의 제한인 데다, '박 대통령 반대'를 내란이라고까지 비약시키는 논리다.
이는 청와대의 기존 입장에도 전면 배치된다. 촛불집회 때마다 청와대는 "국민의 준엄한 뜻을 무겁게 받아들이면서 겸허한 자세로 민심을 듣겠다"(3차 집회)거나 "국민들의 준엄한 목소리를 무겁게 듣겠다. 그동안과 마찬가지로 평화 집회가 되기 바란다"(5차 집회)고 밝혔다.
촛불집회 주최측인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쿠데타나 계엄선포를 촉구하는 추종자들 못지않게, 국민과 국회를 '김일성 앞잡이'로 몰아가고 헌법재판을 모독하는 박 대통령도 정신질환이 의심되는 지경"이라고 변론 내용을 비판했다.
촛불민심 자극 등 역효과가 우려되자 청와대 내부의 당혹감도 엿보인다. 한 관계자는 "상황을 좀 더 파악해봐야할 것같다"고 말을 아꼈다. 서 변호사 변론 중에도 같은 편 다른 변호사가 서 변호사를 자제시키는 모습이 연출됐다.
박 대통령 본인도 촛불민심을 선전포고로 인식하고 있는지 여부는 정치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따라서 궁극적으로 박 대통령 스스로 헌재 심판정에서 직접 생각을 밝힐 필요가 제기된다. 민주당은 "박 대통령은 장막 뒤에 숨어 있지 말고 재판정에 나와서 책임 있게 입장을 밝히라"고 논평했다.
하지만 그동안 박 대통령은 헌재 출석은 물론, 검찰 조사에도 철저히 불응한 채 장외 여론전만 벌여왔다. 측근들도 특검 조사 불응(최순실), 국회 청문회 회피(우병우 전 민정수석), 헌재 불출석(이재만·안봉근 전 비서관 및 이영선 행정관) 등 유사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