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의 핵심 사안인 블랙리스트 작성과 국민연금의 삼성 합병 찬성 의혹 관련자들을 줄소환하는 등 속도전에 돌입했다.
4일 일부 매체에서 공개한 정호성 전 비서관과 최순실씨와의 녹음 파일에는 최씨가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나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해야 할 발언에 관한 지침이 담겼다. 최씨가 정 전 비서관에게 일종의 지침을 주면 이후에 박 대통령이 그대로 이행한 것이 확인된 셈이다.
예를 들어 2013년 6월 24일 최순실 씨가 정호성 전 비서관과의 통화에서 "많은 희생이 뒤따른 6·25에 대한 인식이 왜곡돼 있다"고 말하자 박 대통령이 다음날 국무회의에서 "많은 고통을 남긴 6·25를 왜곡해서 북침이니 하는 말이 나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비슷한 발언을 한다.
또 같은 해 10월 28일 최씨는 정 전 비서관과의 통화에서 "여태까지 민주주의를 지켜왔고 과거 시절이나 그런 것에 대해서, 그런 것(민주주의)을 했다는 얘기를 안 해도 되느냐"고 지적했다.
사흘 뒤 박 대통령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요즘 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있다"면서 "정치를 시작한 이후 민주주의의 원칙을 지키고 정당 민주화를 위해 노력했다"며 유사한 발언을 한다.
TV조선은 최씨가 당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 측으로부터 언론 동향을 수시로 보고받은 정황으로 보이는 녹취록도 공개했다. 최씨가 정국에 관한 의견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적어보세요"라고 하면 정 전 비서관이 "예 예"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특검은 국민연금의 삼성 합병 찬성에 압력을 넣은 의혹과 관련해 최원영 전 고용복지수석을 지난 3일 비공개 소환한 데 이어 5일 김진수 보건복지비서관도 참고인으로 소환했다.
특검은 또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부정 입학과 학사 특혜 등과 관련해 남궁곤 전 이화여대 입학처장도 피의자로 불렀다.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송수근 문체부 차관도 이날 오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다.
이날 대치동 특검사무실에는 남궁 전 처장이 오전 9시 20분쯤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정 씨의 부정 입학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이대 핵심 관계자 중 한명으로 꼽힌다.
남궁 전 처장은 조사실로 향하기 전 '청문회에서 위증했느냐' '금메달리스트를 뽑으라고 지시한 것이 맞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입을 굳게 다문채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특검팀은 남궁 전 처장을 상대로 정 씨의 입시 특혜 및 편의 제공 여부와 '윗선'의 지시가 있었는지 등을 추궁할 방침이다.
특히 남궁 전 처장은 지난 2014년 10월 정씨 면접 과정에서 "수험생 중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가 있으니 뽑으라"고 강조하는 등 노골적인 지시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남궁 전 처장은 지난달 15일 열린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최경희 전 총장과 김경숙 전 체육대학장의 지시가 있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특검은 또 국민연금공단의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 찬성 과정을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 김진수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현직 청와대 비서관이 특검팀에 나와 조사를 받는 것은 처음이다.
특검은 김 비서관을 상대로 삼성 합병에 찬성하라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지시를 받았는지, 이를 보건복지부 또는 국민연금공단 측에 전달했는지 등을 캐물을 방침이다.
이날 오후에는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총괄 실행한 의혹을 받고 있는 송수근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
송 차관은 지난해 2014년 10월부터 2년 2개월 동안 문체부 기획조정실장으로 재직하면서 블랙리스트에 오른 각 실·국의 문제 사업을 관리하고 총괄한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송 차관의 휴대전화를 압수하는 등 블랙리스트 작성·실행·파기 의혹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