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난파 전에 자폭할 판…'탈당' 놓고 추악한 진실공방

서청원, '국회의장 밀약, 위장 탈당계' 의혹 폭로…印측은 부인

새누리당 서청원 전 대표와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 좌로부터. 자료사진 새누리당 서청원 전 대표와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 좌로부터. 자료사진
새누리당이 최순실 게이트 이후 쇄신책으로 내건 인적청산을 둘러싼 잡음이 막장 폭로전에 이은 진실공방으로 비화되고 있다.

출당 대상자로 지목된 서청원 전 대표는 4일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 “인적청산은 없다고 한 약속을 어겼다”며 ‘거짓말쟁이 성직자’라고 맹비난했다.

서 전 대표는 인 위원장의 탈당계 접수가 ‘탈당 반려’를 밀약한 거짓 쇄신이며, 자신에게도 대선 후 복당시켜 국회의장을 맡게 해주겠다는 물밑거래를 제안했다고 폭로했다.

그러자 인명진 위원장은 “그런 얘기 해본 적이 없다”며 오히려 서 전 대표를 거짓말쟁이로 지목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서 전 대표와 최경환, 윤상현, 김진태 의원 등 소수의 진박(眞朴‧진실한 친박)을 한 축으로 하고, 인 위원장과 정 원내대표 등 다수의 범(凡)친박을 또 한 축으로 하는 두 세력간의 사생결단에 새누리당은 난파에 앞서 '자폭'할 위기에 놓였다.

◇ 서청원 VS 인명진 ‘진실공방’…“약속 깬 건 너”

서 전 대표는 인 위원장에게 ‘위장 탈당’ 의혹을 제기했다. 이정현 전 대표를 비롯해 친박 중진인 정갑윤, 홍문종 의원 등이 제출한 탈당계가 ‘반려’ 약속을 하고 받아낸 음모라는 것이다.


서 전 대표는 자신에게도 국회의장직 밀약을 회유책으로 탈당을 종용했다는 폭로로 인 위원장의 도덕성에 큰 흠집을 냈다. 그의 주장의 핵심은 자신이 홀로 탈당해 당을 책임지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 인 위원장이 신의를 깨고 대대적인 인적청산의 칼을 빼들었다는 것이다.

인 위원장도 지지 않고 반박했다. 그는 “그런 얘기(의장직 제안을)를 해본 적도 없고, (서 전 대표가) 스스로 탈당을 선언한 것이라고 본다”며 “존경받는 8선 의원이면 국회의장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우회적인 비판을 했다. 당을 떠나라는 서 전 대표의 발언을 의도적으로 곡해하면서 ‘자진 탈당’을 사전에 약속했던 사실만 부각시킨 발언이다.

인 위원장이 친박계 핵심 의원들에게 ‘자진 탈당’ 시한으로 제시한 6일이 다가오면서 양측의 갈등 구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 眞朴, 범친박 ‘외도’ 의심…“우리 쏙 빼고 비박과 합치려다 딱 걸려”

이전투구를 불사한 서 전 대표의 반감에는 범친박 등 중간지대 의원들에 대한 진박의 배신감이 깔려 있다. 진박만 배제한 여권 내 선거연대 모의를 위해 범친박이 비박(개혁보수신당)과 모의했다는 의혹이다.

의혹의 중심에는 충청권을 중심으로 한 친(親)반기문 의원들이 있다. 충남 당진 출신인 인 위원장을 반 전 총장을 영입하는 주역으로 삼기 위해 정우택, 정진석 의원 등 충청권 범친박 의원들이 사전 공모를 했다는 것이다.

진박은 인적청산 과정에 대해 인 위원장이 일단 새누리당 의원들의 탈당계를 일괄 제출받은 뒤 친박 핵심만 솎아 사표를 수리하는 방식으로 자신들을 내치고, 남은 의원들이 탈당해 창당한 신당과 결합하는 포석으로 이해하고 있다.

◇ 서청원 ‘무력시위’ 의도는?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이 지난 4일 국회 정론관에서 친박 핵심 의원들의 탈당을 요구하는 인명진 비대위원장을 '거짓말쟁이 성직자' 등으로 강력 비난하며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창원기자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이 지난 4일 국회 정론관에서 친박 핵심 의원들의 탈당을 요구하는 인명진 비대위원장을 '거짓말쟁이 성직자' 등으로 강력 비난하며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당 안팎에선 서 전 대표의 초강수를 ‘무력시위’로 해석하고 있다. 친박 의원들에게 무언의 경고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 전 대표와 최경환 의원 등 지난 4‧13총선 공천을 주도했던 입장에선 공천관리위원회 등이 파악한 동료 의원들의 ‘허물’을 많이 알고 있고, 인 위원장의 ‘거짓말’을 폭로했듯이 언제든 다른 의원들의 도덕적 흠결을 까발릴 수 있다는 압박책이다.

이 같은 압박은 더 이상 탈당 요구가 나오는 것을 막고 인 위원장의 사퇴로 상황을 종료하는 결론을 노리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제 탈당하려고 해도 쫓겨 나간다고 해석될 것이 뻔해 나갈 수 없게 됐다”며 “반 전 총장과 인 위원장을 따르는 무리가 당을 나가야 끝날 싸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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