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이준식 장관은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2018학년도부터 국정 역사교과서와 검정교과서를 함께 사용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2017학년도엔 국정교과서 사용을 희망하는 학교만 '연구학교'로 지정해 주교재로 쓰게 하되, 다른 학교에선 기존 검정교과서를 쓰도록 하기로 했다.
이같은 결론은 그동안 '국정화 출구전략'으로 거론돼온 1년 유예 방안과 국검정 혼용안, 시범학교 운영 방안 등을 절충한 방식이다. 내년 3월부터 전국 중고등학교에 일괄 적용하겠다던 당초 국정화 방침은 사실상 접힌 셈이 됐다.
이 장관은 "국정이냐 검정이냐 하는 교과서 발행체제에 대한 논쟁이나 그동안 있어왔던 이념적 갈등이 새로운 역사교과서 교육체제를 통해 해소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검정 혼용시 상충되는 내용을 배우게 될 것이란 우려에 대해서는 "교육과정이 다르긴 하지만 역사교과서 내용은 큰 차이가 없다"며 "수능시험 역시 공통된 학업성취도로 평가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당장 내년초 학교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검정교고서 재주문, 국정교과서 수요 조사 등 필요한 행정 조치를 곧바로 추진할 계획이다.
대통령령인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도 개정하기로 했다. 이 장관은 "빠르면 40일 이내에 개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정 이후엔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검정교과서 개발이 진행된다. 그동안 18개월 소요되던 검정교과서 개발 기간은 12개월로 단축된다.
이미 전국 14개 시도 교육청이 중학교 역사 교육을 2학년 과정으로 미루거나,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주문을 취소하는 방식으로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국정과 검정 가운데 자율선택하게 되는 2018학년도는 물론, 내년에도 '연구학교'를 신청하는 학교가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애써 불씨를 남겼지만, 국정교과서가 설 곳은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새누리당 주도로 잠시 처리가 지연된 일명 '교과서 국정화 금지법'이 내년 2월엔 국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보여, 이날 교육부가 내놓은 방안 역시 미봉책에 그칠 개연성이 높다.
교육부가 이미 추진 동력을 잃은 국정교과서를 폐기하는 대신, 학교 현장에 공을 떠넘기는 방식을 채택한 걸 두고도 '끝까지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든 까닭이다.
앞서 교육부가 지난달 28일 현장검토본을 공개한 이후 진행한 의견 수렴에는 지난 23일 마감까지 3807건이 접수됐다. 이 가운데 국정교과서 수정에는 21건이 반영됐다.
접수된 의견 가운데 1630건은 교과서 내용에 관한 것으로, 이 가운데 1590건은 "건국절 주장이 반영된 내용을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특히 1157건은 "대한민국 수립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박정희 정권에 대한 기술을 지적하는 의견도 잇따랐다. "새마을운동의 배경과 이중 곡가제 실시 사유를 기술해달라"는 요구가 119건, "박정희 정부 미화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54건, "5·16군사정변을 '5·16군사쿠데타'로 수정해달라"는 의견도 17건이었다.
교육부는 또 "국정화 자체에 대한 찬성 의견이 79.9%인 911건, 반대 의견은 20.1%인 229건으로 집계됐다"며 여론과 동떨어진 접수 결과도 공개했다.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 박성민 부단장은 "우리도 찬성이 많을지 예상하지 못했다"며 "막판에 찬성 의견이 많이 올라온 것 같다"고 해명했다. 국정화를 찬성한 911건 가운데 대부분인 723건은 의견수렴 마감일인 23일 한꺼번에 접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