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 이하 언론노조)은 지난 15일부터 '언론장악 방지법'(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률안) 즉각 제정을 촉구하며, 이를 방해하는 새누리당 당사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시작했다. 천막 농성 닷새째인 20일 오후 7시 열린 촛불집회에서는 권력에 부역하는 언론을 막기 위해서라도 시급히 '방송법 개정안'이 통과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새노조) 성재호 본부장은 지난 9일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KBS뉴스가 다시 '친박뉴스'로 돌아왔다고 지적하며, '언론장악 방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성 본부장은 "주말 내내 국정조사 청문회 위증 의혹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9시 메인뉴스 큐시트에서 제외시켰다. 노조가 보도국장에게 '무슨 후폭풍을 맞으려고 이렇게 하느냐'고 항의하자 그제야 단 한 꼭지를 넣었는데 그마저도 야당 역시 공모 의혹이 있는 것처럼 보도했다"고 밝혔다.
성 본부장이 거론한 뉴스는 19일 KBS '뉴스9'에서 방송된 '"이완영 위증 모의" vs "박영선도 증인 만나"' 리포트(링크)다. 성 본부장은 "국조 청문 특위 위원들이 증인, 참고인, 제보자를 만나는 것은 '공모'한 것이 아니다. 새누리당 국조 특위 위원들이 문제되는 이유는 제3자를 통해 공모한 증거가 튀어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단지 야당 의원이 증인을 만났다는 사실을 끼워넣어 물타기를 하고 있다. 진실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성 본부장은 "(새누리당의) 위증 공모 의혹이 일고 있는 와중에 KBS뉴스는 법정에서 태블릿 PC가 증거로 채택될 수 없다는 최순실의 말을 그대로 받아 전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새노조 중앙위원인 강윤기 PD는 "MBC 'PD수첩'과 KBS '추적60분'이 사회의 진실을 밝힐 때,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우리와 결이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그때 생각을 하면 부끄럽고 죄송하다. 지상파 PD의 체면은 '그것이 알고 싶다'가 다 지켜주는 것 아닌가 싶어 자괴감이 든다"고 고백했다.
강 PD는 "저는 14년차다. KBS가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할 수 있었던 시절을 7~8년 거쳤다. 오늘 노숙농성에는 입사한 지 1~2년 된 후배들이 동참해주고 있는데, 이 친구들은 입사하자마자 파업했었다. '언론자유가 있던 상황의 회사'를 궁금해 한다"며 "제대로 된 언론이 무엇인지 보여주기 위해서는 결국 (방송법 개정안) 통과가 되어야 하지 않나 싶다. 어서 법이 통과돼 연말에는 차디찬 노숙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조능희 본부장은 "언론은 권력을 비판하고 감시하고 국민들 편에 서서 진실을 말하게 해야 한다. 강한 언론이 강한 정부를 만드는데 새누리당은 이 사실을 몰랐던 것"이라며 "아직 안 늦었다. 언론을 돌려놓아라. '언론장악 방지법'을 통과시키고 언론으로부터 각종 비판과 감시를 받으면 새누리당도 강한 정당이 되어 국민 지지를 받을 것이다. 불쌍한 새누리당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기 위해 이렇게 왔다"고 말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야3당과 무소속 의원 162명은 지난 7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률안'을 공동발의했다. 방송법 개정안에는 현재 여야 7:4로 기울어진 이사회 구조를 여야 7:6으로 완화시키고, 중립적인 사장추천위원회를 꾸리며, 사장 선임과 같은 중요한 사안을 의결할 때에는 특별다수제(전체의 2/3 이사들의 찬성이 있을 때 가결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실질적으로 제작자율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편성위원회를 꾸리되 이를 지키지 않을 시 처벌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해당 상임위인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새누리당 소속 위원장 및 간사의 거부로 회의가 제대로 열리지도 못했다. 이에 야3당과 각종 언론단체들은 임시국회를 열어서라도 회기 내에 방송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