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
① 국정농단 사태가 불러온 방송연예가의 봄 ② 문화예술계 뒤흔든 '블랙리스트' 왜 위험할까 ③ '세대교체' 바람 속 웃고 운 아이돌 <계속> |
올해 가요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화두는 ‘아이돌 세대교체’다. 2세대가 7년차 징크스를 피하지 못하고 흔들린 반면, 3세대는 대세로 떠오르며 입지를 확실히 굳혔다. 이런 가운데, 1세대의 재결합 붐은 계속됐다.
◇ ‘7년 징크스’ 직격탄 맞은 2세대
정상급 걸그룹이었던 2NE1(투애니원)도 해체를 피하지 못했다. 막내 공민지의 탈퇴로 균열 조짐을 보일 당시 ‘무슨 일이 있어도 2NE1을 끝까지 지켜나가겠다’던 YG는 돌연 해체 소식을 알려 팬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YG는 씨엘, 산다라박과 솔로 계약을 체결했으며, 마약 밀반입 논란으로 자숙 중이던 박봄과는 재계약하지 않았다.
“‘7년의 벽’은 높았다.” 2세대 아이돌의 잇따른 위기를 지켜본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대다수 아이돌 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제공한 표준계약서에 따라 소속사와 7년 전속 계약을 체결했다. 신인이 쏟아진 2009년 즈음 데뷔한 팀들의 계약이 올해 줄줄이 만료돼 도미노처럼 해체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특히 보이그룹에 비해 팬덤층이 적은 걸그룹 중 인기가 한풀 꺾이거나 전망이 밝지 못했던 팀들이 ‘7년차 징크스’의 직격탄을 맞은 분위기다. 또, 연차가 쌓여갈수록 소속사와 의견 차이를 좁히기 쉽지 않다는 점, 멤버 간 인기 격차가 벌어지면서 멤버 간 갈등이 생겨난다는 점 등이 온전히 팀을 유지하지 못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꼽힌다.
◇ ‘세대교체’ 신호탄 쏜 3세대
각종 음원차트에서도 강세를 보인 방탄소년단은 연말 가요 시상식에서 대상 트로피까지 품에 안았다.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인 ‘빌보드 200’에 26위로 진입해 한국 가수 최고 기록을 세우며 글로벌한 인기를 과시하기도 했다.
이밖에 보이그룹 중에선 갓세븐, 세븐틴 등이 뚜렷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SM, FNC, 큐브 등 대형기획사들은 각각 NCT, SF9, 펜타곤을 데뷔시키며 ‘세대교체’를 위한 발판 마련에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다.
10월 발표한 세 번째 미니앨범 ‘TT’ 판매량은 22만 장을 넘었는데, 이는 올해 걸그룹 최다 앨범 판매량이다. 얼마 전 선보인 이 앨범의 크리스마스 에디션은 선주문량 11만 5천 장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신인상을 받은 트와이스는 이러한 활약을 바탕으로 불과 1년 만에 대상 트로피를 받을만한 자격이 있는 팀으로 급성장했다.
‘시간을 달려서’와 ‘너 그리고 나’를 연이어 히트시킨 여자친구, ‘걸크러시’ 대표주자로 떠오른 마마무, YG가 키운 ‘괴물 신인’ 블랙핑크 등의 활약도 주목할 만했다. 프로젝트 걸그룹 아이오아이를 탄생시킨 Mnet ‘프로듀스 101’ 출신 멤버를 필두로 한 신인 걸그룹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는데, 이로 인해 ‘세대교체’ 흐름이 가속화됐다.
◇ ‘재결합’ 활발…여전한 존재감 1세대
이들의 재결합은 이벤트성으로 끝나지 않았다. 고지용을 제외한 다섯 멤버는 YG에 새 둥지를 틀었고, 신곡 ‘세 단어’로 음원 차트 1위에 오르는 등 여전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동시기 데뷔해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 H.O.T.의 재결합은 아쉽게 무산됐다.
각종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이 불을 지피고 경제력을 갖춘 3~40대가 된 90년대 오빠, 언니 부대가 기름을 부은 1세대 아이돌의 활동 러시는 2017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005년 7집 이후 활동이 뜸했던 NRG는 내년 초 20주년을 기념한 새 앨범을 발표하겠다고 선언했고, 핑클 출신 이효리는 작곡가 김형석과 손잡고 가요계 복귀 준비에 한창이다. 꾸준함이 강점인 ‘장수 아이돌’ 신화는 내년 1월 새 앨범으로 팬들과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