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답변서로 본 朴 대통령 현실인식…"공무원을 못 믿겠다?"

직권남용이 아닌 중소기업 위한 '애민정신' 논란

(사진=자료사진)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시야가 제한되어 있는' 직업공무원들로 이뤄진 보고체계에 의존하지 않고, 여러 경로를 통하여 국민,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이를 해결하는 것은 정치의 한 방법으로 동서고금 널리 인정되어 왔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 대리인이 지난 16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답변서에는 822만 촛불 민심과 동떨어진 현실인식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국회에서 통과된 탄핵소추안이 각하 또는 기각돼야 한다는 이유로 소추안에 적시된 여러 근거들을 정면 부인했다.

이 가운데 '최순실 등에 대한 특혜 제공 관련 범죄 성립여부'에 대한 법리오해와 논리 비약을 적극 비판하면서 현대·기아차와 KT 등 대기업에 대한 최씨의 이권 개입은 대통령과 관련이 없고 오히려 '유능한' 통치방식이라고 주장했다.


최씨는 딸 정유라의 초등학교 시절 딸의 친구 학부모가 운영하던 KD코퍼레이션이 현대·기아차에 부품 10억여원 어치를 납품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샤넬백과 현금 4000만원을 챙긴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최씨는 KD코퍼레이션 관련 자료를 정호성 전 비서관을 통해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고, 이후 안종범 전 수석은 '특별 지시사항 관련 이행상황 보고서'를 만들어 박 대통령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통령 대리인단은 박 대통령이 안종범 전 수석에게 지시한 것은 무조건 특정 기업에 특혜를 주라는 것이 아니라 합법적 범위 내에서 중소기업의 애로 사항을 정부가 실질적으로 해결해 주라는 의미였다고 반박논리를 전개했다.

대통령 대리인단은 "박 대통령이 사석에서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겪는다는 말을 들으면 적극적으로 해결해주기 위해 지시를 해왔다" "속칭 재벌카르텔로 인해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들이 꽃을 피우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 했다" 등의 논리를 내세워 정당한 국정운영과 최씨의 개인 비리를 철저하게 분리했다.

이 과정에서 '시야가 제한되어 있는 직업공무원들의 보고체계'에 의존하지 않고 오히려 여러 경로를 통해 국민과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는 논리를 끌어왔다.

직업공무원을 믿지 못했고 그 이유는 국민과 기업들을 위한 '애민정신'이었다는 셈이다.

여러 경로를 통한 의견청취 과정에서 최순실씨가 자신의 사익을 채운 것은 결코 의도하지 않은 개인의 일탈행위일 뿐이고, 중소기업 활로 모색을 중시해온 대통령의 평소 국정운영 철학은 오히려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는 논리다.

이런 논리는 탄핵소추안에 포함된 공무상비밀누설죄 성립 여부로도 이어진다.

대통령 대리인단은 "박 대통령이 연설문을 최순실씨로 하여금 한번 살펴보게 한 이유는 직업관료나 언론이 기준으로 작성된 문구들을 국민들이 보다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일부 표현에 관해 주변의 의견을 청취한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정권에서 '봉하대군'이라 불렸던 형 노건평씨가 고(故) 남상국 대우조선 사장으로부터 연임청탁을 받았거나,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임 시 '만사형통'이라 불렸던 이상득 전 의원을 통해 각종 민원을 전달 받은 것과 같은 사례를 종합하면 다양한 방법으로 민원을 청취한 것에 불과하다"는 억지스런 주장도 펼쳤다.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은 박 대통령 법률대리인이 헌재에 제출한 답변서에 대해 즉각 반발했다.

탄핵소추위원단은 늦어도 오는 22일까지 답변서에 대한 반박의견서를 정교하게 작성해 헌재에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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