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에 들어선 특별한 노점…"무조건 5천원"

개성공단업체 "재고로 쌓인 옷만 4, 5억원…도움 주려는 시민들 많아"

1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8차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구속 처벌 촉구 촛불집회에서 광화문 구치소 모형에 수감자 복장을 한 박근혜 대통령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비선실세 최순실, 김기춘 전 비서실장,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의 사진이 보이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17일 서울에서만 65만 명, 전국적으로 77만 명의 시민이 운집해 "박근혜 즉각 퇴진" "헌재의 신속한 탄핵" "황교안 내각 총사퇴"를 외치며 겨울 추위마저 무색하게 만든 제8차 촛불집회 현장. 이날 오후 광화문광장을 벗어나 시청 방면으로 가는 길에는 '개성공단 제품 무조건 5천 원'이라는 팻말을 내걸고 포장 된 옷을 파는 노점이 몇 군데 눈에 들어왔다.

"개성공단 입주업체로부터 제품을 받아 국내에서 판매해 오던 모 업체 소속"이라고 밝힌 이모(56) 씨는 "(지난 2월 10일 느닷없이 개성공단 폐쇄가 결정되면서) 납품 받던 물건이 끊겨 색상, 사이즈 등 짝을 맞출 수 없게 된 제품들을 갖고 나왔다"며 "오후 3시쯤부터 4군데로 나눠서 팔고 있는데, (오늘 촛불집회) 끝날 때까지 해보려 한다"고 전했다.

"원래 2, 3만 원씩 받던 제품인데 무조건 5000원에 팔고 있습니다. 이곳 (촛불집회) 현장에 물건을 들고 나온 건 처음인데, 도움을 주시려는 분들이 많아요. 개성공단이 하루아침에 문 닫은 걸 다들 아시니까요…."

이 씨는 "개성공단은 박근혜 정권의 최대 피해처 중 한 곳"이라며 "우리 회사의 경우도 4억 원에서 5억 원이라는 적잖은 재고를 보면서 끙끙 앓고 있었다"고 토로했다.

"사실 (제품을) 팔 길이 없었어요. 그래서 '눈 딱 감고 한 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오늘 갖고 나왔는데, '진작 나올 걸'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아마 개성공단으로부터 제품을 받는 업체로는 저희가 처음인 것 같은데, 다른 업체들도 우리 하는 것 보고 이곳 현장에 나올지 모르겠네요. 이제 매주 나와 볼 계획입니다."

◇ "박근혜 정부, 양심 갖고 살았으면 좋겠다"


"우리에게 제품을 공급하던 제조업체는 개성공단에 입주한지 4, 5년 정도 됐는데, 폐쇄 직전까지 30억 원을 투자했다"며 "개성공단이 갑자기 폐쇄된 뒤 보상도 대출 형태로 얼마 받지 못한 것으로 안다. 하루아침에 망했다"고 이 씨는 설명했다.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 문을 닫더라도 보상은 제대로 해줬어야죠. 제품을 만드는 업체들, 그 제품을 받아 판매하던 업체들이 무슨 죕니까. 폐쇄 전에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라도 주던가요. 하루 아침에 이렇게 망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저희 회사 역시 개성공단으로부터 90% 이상 제품을 받고 있었는데, 국내에서 비슷한 질의 물건을 만들어서는 (판매단가를) 맞춰 나갈 수가 없어요. 회사는 운영을 하고 있어도 실업 상태나 마찬가지인 거죠."

그는 "개성공단이 하루빨리 다시 열렸으면 좋겠다"면서도 "(개성공단이) 다시 열린다 해도 입주업체들이 무서워서 못할 것 같기도 하다"고 걱정했다.

"이번 경우처럼 또 (개성공단) 문을 닫게 될까봐 업체들은 무서운 거죠. 정부로부터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했으니 잊어버리지도 못하는 상황이잖아요. 물론 개성공단 문은 다시 열려야죠. 그리고 쭉 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에는 남북관계를 화해 모드로 풀어갈 수 있는 정부가 들어섰으면 좋겠다"는 것이 이 씨의 바람이다. 한편으로 그는 "박근혜 정부는 양심을 갖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질타했다.

"떠도는 얘기로 '안 좋다 안 좋다'고는 듣고 있었지만 설마 설마했던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었잖아요. (박근혜 정부에게) 양심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잘못을 인정해야죠. 그리고 지금도 박근혜에 빠져 있는 사람들, 미쳐 있는 사람들도 그러면 안 돼요. 속았다는 걸 알았으면 이제라도 정신 차리고 화를 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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