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지난달 AI가 발생해 아오모리(靑森) 현 2개 농장, 니가타(新潟) 현 2개 농장 등에서 AI가 발생해 닭 55만여 마리, 오리 2만여 마리가 도살 처분됐다. 이 날 기준으로 한국은 확진 농장 54곳, 살처분 1천660만 마리의 역대 최대규모 피해를 본 데 비하면 극히 적은 수다.
그렇다면 왜 비슷한 시점에 AI가 발생했는 데도 한국과 일본의 피해 상황이 이렇게 다를까.
정부 당국과 전문가들은 대체로 그 이유를 4가지로 꼽고 있다. 가장 큰 이유에 대해서는 양측의 의견이 약간 다르다.
◇ 농장 밀집도
일본과의 차이점으로 가장 크게 꼽을 수 있는 것은 한국의 경우 한 지역에 농장이 밀집 돼 있다는 점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국토면적 대비 사육 마릿수를 비교하면 일본이 닭 사육 밀집도가 낮다"고 전했다.
김재홍 서울대 수의과대학장은 "일본의 경우 한 지역에 농장이 심하게 밀집된 경우는 없다"며 "농장의 닭 사육 환경은 한국과 일본이 비슷한 수준이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AI의 산란계(알을 낳는 닭) 농장 발생 42건 중 27건(64%)이 3㎞ 내에서 발생하는 등 밀집지역에 있는 농장에서 AI가 발생하면 전체 발생도 함께 증가했다.
경기 포천, 충남 아산, 경기 이천 등 산란계 농장 밀집지역 중 경기 포천의 경우 12건 중 9건(75%)이 3㎞ 이내 지역에서 발생했다.
◇ 오리 사육
전문가들은 일본은 오리를 거의 키우지 않는다는 점을 꼽았다. 철새의 AI 바이러스를 농장 가금류로 옮기는 오리가 거의 없어 전파가 느리다는 것이다.
송창선 건국대 수의학과 교수는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닭 사육 수는 두 배인 반면 오리는 거의 키우지 않는다"며 "오리가 있고 없고의 차이도 있다"고 말했다.
김재홍 교수는 "일본에는 육용 오리 산업이 거의 없다"며 "철새로 인해 오염된 자연 상태의 공간과 농장을 연계하는 것이 논·밭의 오리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오리를 키우지 않는 경우에는 AI가 발생했을 때 살처분하고 이동통제 하면 AI 전파를 막기가 쉽다"고 덧붙였다.
현재 오리는 전체 사육 수의 16.6%인 145만7천 마리가 살처분된 상태다.
◇ 초기 대처
정부의 대처가 일본보다 늦었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은 지난달 21일 철새에서 AI 바이러스가 처음 검출되자 곧바로 위기 경보를 최고 수준으로 올리고 방역 작업을 시작했다.
농식품부는 지난 15일 AI 위기 경보를 '경계'에서 가장 높은 단계인 '심각'으로 상향했다.
김재홍 교수는 "일본은 매뉴얼을 만들어놓고 AI가 발생하면 있는 매뉴얼대로 바로 움직이지만 우리는 여러 절차가 필요해 그런 면에서는 일본보다 늦다"고 말했다.
김재수 농식품부 장관은 "고병원성 확진을 받은 지난달 10일 당일 가축방역심의회를 개최했고 정부는 그 상황에 알맞은 제반 조치를 다 했다"며 "지난달 23일에는 경계경보 상황이었지만 방역조치는 심각에 준하는 수준으로 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정부는 최대한으로 대응했지만 속도와 감염률이 증가하고 있어 경보를 심각으로 격상시켰다"고 덧붙였다.
◇ 산란계 농장 관리
이번 AI 발생은 특히 산란계 농장의 피해가 커 계란 수급 등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산란계 농장에서 피해가 컸던 이유로는, 다른 농장보다 출입하는 차량이 더 많은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50만 마리를 사육하는 산란계 농장의 경우 1일 6회, 20만 마리를 사육하면 1일 2회 차량이 출입하게 되는데, 육계 농장의 경우 3일에 1회만 사료 차량이 출입하는 것과 비교하면 빈도가 높다.
계란 싣는 과정에서의 관리 소홀도 문제다.
실제로 계란 운반 차량이 농장으로 직접 진입해 계란을 반출하거나 집란실 입구에서 계란을 싣는 일이 많다. 계란 운반기사가 계란을 싣는 과정에서 방역복을 입지 않고 작업하고 농장 종사자들이 닭들을 관리하면서 계란도 싣는 일도 부지기수다.
농식품부는 일본의 산란계 농장 관리에 대해서는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선진국 농장에도 계란 차량이 많이 드나들긴 하지만 농장 안과 밖에서 신는 신발이 다르다든지, 옷을 철저하게 갈아입는다든지 방역규칙을 더 철저히 지킨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