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조혜진 앵커
■ 출연 : 이승규 기자
◇ 조혜진 앵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서 곳곳에 성탄 트리가 설치됐습니다. 그런데 예수그리스도의 탄생을 축하하고, 평화를 상징하는 성탄트리가 지난 몇년 동안 갈등의 상징이 되어 왔다는 사실 아시나요?
김포 애기봉 성탄트리와 관련된 갈등과 화해의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이승규 기자 나와 있습니다. 이 기자, 김포 애기봉 성탄트리는 왜 문제가 된겁니까?
◈ 이승규 기자>
김포 애기봉의 성탄트리를 둘러싼 갈등은 이미 오래 됐는데요, 이곳에는 지난 1954년부터 성탄 트리가 불을 밝혀왔습니다.
애기봉은 북한군 초소가 훤히 내다보이는 서부전선 최전방에 있기 때문에 성탄트리 점등을 하면 북한에서도 당연히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북녘에 성탄의 기쁨과 평화를 전한다는 소중한 의미가 있음에도 대북 심리전의 도구로 활용될 수있다는 지적이 일었었죠..
그런데 남북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던 2004년부터는 애기봉 성탄트리에 불을 밝히지 않아 왔습니다.
북한은 그동안 성탄트리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여 왔는데, 남북 화해 분위기가 한창인 시점에 괜히 북한을 자극하지 말자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러다 2011년 연평도 포격이 있었던 해에 성탄트리가 다시 불을 밝혔습니다. 보수 교계 단체가 애기봉에 성탄트리를 점등한 건데요,
그러자 김포지역 시민사회종교단체 등이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애기봉 성탄 트리 점등 반대를 외쳤습니다. 북한이 성탄트리에 포격을 하겠다며 위협을 가한 때도 있었습니다.
지난 2012년에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애기봉에 성탄트리를 밝히려고 했다가, 김포지역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 등의 반대로 취소한 적도 있습니다.
◇ 조혜진 앵커>
그렇군요. 평화의 상징인 성탄트리가 어떤 이들에게는 위협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군요.
◈ 이승규 기자>
네, 그렇습니다. 애기봉 자체가 민간인 통제선 안에 있기 때문에 성탄트리를 밝힐 경우 민간인들이 상당히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해당 부대에서도 안전상의 이유로 철거까지 했죠.
진보 교계에서도 성탄트리 점등에 반대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목정평은 애기봉 등탑 복원 추진은 민통선 지역 주민들의 안전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반기독교적 발상이라고 규탄했습니다.
목정평은 또, 애기봉 등탑 복원의 명분으로 예수그리스도를 통한 국민화합과 통일을 내세우고 있지만, 애기봉 등탑 복원은 결국 전쟁의 트리를 건설하는 것으로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 조혜진 앵커>
그렇군요. 그런데 지난해부터 애기봉 성탄트리 점등과 관련해 조금 다른 움직임이 있다면서요?
◈ 이승규 기자>
네, 그렇습니다. 그동안 애기봉 성탄트리 점등을 놓고 갈등을 벌여왔던 점등 찬성측과 반대측이 지난해부터 함께 평화기도회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또 남북 당국에 십자가 등탑 동시 점등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2010년 이후 현재까지 애기봉 성탄 트리 점등은 2차례 진행됐고, 4차례 점등 포기, 1차례 기도회로 대체 되는 등 갈등을 거듭해 왔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트리 점등 찬성측과 반대측이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남과북이 동시에 성탄트리를 점등하자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양측은 합의문에서 "더 이상 진보 기독교 단체와 보수 기독교 단체, 김포지역 주민들과의 충돌을 피하고, 더 이상 소모전이 아닌 남북화합의 성탄트리로 견인해나가야 한다는 의견을 같이 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올해죠. 양측이 또 한 번 평화의 몸짓을 이뤄냈습니다. 양측은 지난 15일이죠. 서울 광화문에 있는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양측은 기자회견문에서 그동안 애기봉에 설치한 성탄트리는 분쟁의 씨앗이 되어 왔다며, 올해는 남북의 종교인과 민간단체로 구성된 가칭 평화와 상생의 남북평화와 통일의 등탑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자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기독민주당은 김포 애기봉에 성탄트리를 설치하려고 노력했으나, 기독교평화행동목자단의 남북 공동 성탄트리 설치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양측은 또 오는 23일 경기도 김포 애기봉 전망대에서 평화통일 기도회도 개최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몇 년 동안 갈등을 일으켜왔던 성턴트리 문제가 봉합된 듯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도 양측이 이렇게 대화와 협력을 통해 남북평화에 이바지했으면 좋겠습니다.
◇ 조혜진 앵커>
네, 정말 그랬으면 좋겠네요. 이승규 기자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