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101 #방탄 #7년… 2016 아이돌 키워드 6선

[현장] 아이돌로지 연말결산 좌담회

#프로듀스101 #7년 #방탄소년단 #1세대 #여자친구-트와이스 #3대기획사

15일 오후 8시,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재미공작소에서 '아이돌로지 미묘&김윤하의 대책없는 연말총정리' 좌담회가 열렸다. 2014년 문을 연 아이돌 음악 전문비평 웹진 '아이돌로지'의 편집장과 필진인 미묘와 김윤하는 2016년 아이돌 음악씬을 6개의 키워드로 정리했다.

아이돌로지는 '아이돌 음악에도 제대로 된 비평'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필자들이 모여 꾸려가는 아이돌 음악 전문비평 웹진이다. 열흘 단위로 음원 사이트를 점검해 그 중 아이돌 음원을 골라 리뷰하는 '퍼스트 리슨'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으며, 지난해 발매된 아이돌 음반 목록 426장과 아이돌 경향 분석 기사, 한 해 동안 데뷔한 신인 관련 통계자료가 담긴 '2015 아이돌 연감'을 펴내기도 했다.

#프로듀스101

지난 1월 22일 첫 방송된 Mnet '프로듀스 101'은 '선발형 아이돌'이 어느 정도까지 화제성을 모을 수 있는지 확인시켜 준 프로그램이었다. (사진='Pick Me' MV 캡처)
올해 초 방송돼 시청자들을 '국민 프로듀서'로 만들어 문자투표에 목매게 했던 Mnet '프로듀스 101'이 2016 아이돌 씬의 가장 '인상적인' 키워드 첫 손에 꼽혔다. 101명의 소녀들 중 국민 프로듀서의 선택을 받은 11명이 최종 데뷔하는 '프로듀스 101'은 엄청난 화제성으로 '펜타곤메이커', '소년24' 등 유사 프로그램들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김윤하는 "절대 아이돌을 좋아하지 않았을 것 같은 사람들에게까지 '아이돌이 이렇게 좋은 면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려줬던 프로그램"이라며 "아이돌 연습생 생활과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가장 어두운 일면을 포장하긴 했으나, 그 안에서 열심히 자기 꿈을 위해 달렸던 101명의 소녀들 덕에 웃다 울다 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미묘 역시 '프로듀스 101'만의 극한 상황과 그로 인한 긴장이 인기를 견인했다고 바라봤다. 미묘는 "아이돌 서바이벌 방송이 '프로듀스 101'만큼 잘된 적은 없었다"면서 "'펜타곤메이커', '소년24' 등은 무대에 올리는 콘텐츠가 상당히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애정을 쏟게 만드는 매력이 부족했다. 프로듀스 101처럼 인간을 극한에 몰아넣지 않기 때문에 재미가 없었던 게 아닐까"라고 말했다.

#7년


지난달 해체를 공식 발표한 7년차 걸그룹 2NE1 (사진=자료사진)
올해는 7년차를 맞은 많은 아이돌이 '위기'를 맞은 해이기도 했다. 표준계약서 상에 기재돼 있는 계약기간 '7년'이 종료됨에 따라 각자의 길을 택한 아이돌이 많았다. 이같은 현상은 특히 걸그룹에서 두드러졌는데 2NE1, 카라, 미스에이, 포미닛, 레인보우, 시크릿 등의 팀이 해체했다.

김윤하는 "샤이니, 인피니트, 빅뱅, 2PM 등 7~10년차 남성그룹은 무리없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데 왜 걸그룹만 이렇게 해체할까 하는 의문이 있었다"며 "걸그룹 음반판매량이 늘고 있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보통 걸그룹은 음원이나 행사에 보이그룹은 음반과 해외 투어에 주력하고 후자가 더 수입이 좋다. 회사 입장에선 그룹이 가진 네임밸류 때문에 활동 제약을 겪고 그러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미묘는 "7년 채우는 것까지는 가능하지만 (그 이후의 미래가) 더 보장이 안 되는 면도 있는 것 같다. '7년차'라는 건 걸그룹에게 하중이 더 크지 않나"라면서도 계약종료로 인해 더 많은 '여성 솔로'가 등장하는 것에는 반가움을 표했다. 미묘는 "아이돌 판에서 7년 정도 있었던 멤버들이 솔로 활동으로 예전과는 다른 음악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며 원더걸스와 소녀시대를 언급했다. 원더걸스는 예은, 소녀시대는 태연과 티파니가 솔로 앨범을 발매한 바 있다.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 (사진=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올해 가장 주목받은 남성 아이돌은 아마 방탄소년단이 아니었을까. 2016 MAMA에서 '올해의 아티스트'와 '베스트 댄스 퍼포먼스 남자그룹상'을 수상한 방탄소년단은 최근 발매한 정규2집 '윙스'를 미국 퓨즈TV가 선정한 '2016 베스트 앨범 20'에 올리며 음악적 성장을 증명해 보이기도 했다. 또, '여성혐오적 가사'에 대한 팬들의 우려에 대해 공식적인 피드백을 통해 개선을 약속했다는 점에서도 인상적인 행보를 보였다.

미묘와 김윤하 모두 방탄소년단이 관심도나 호불호 면에서 극과 극인 그룹인 것 같다는 견해를 내놨다. "방탄 완전 좋다!" 혹은 "(저렇게 인기가 많은데) 대체 누가 좋아하는 거냐"로 갈린다는 것이다. 보통 대단한 인기를 누리는 그룹의 경우 '아이돌 씬'에 무관심한 사람조차도 멤버 몇몇은 알고 대표곡 하나 정도는 들 수 있는데, 방탄소년단은 국내만큼이나 해외에서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한 '특이한' 위치에 서 있다는 점도 언급됐다.

미묘는 "방탄은 한동안 보이그룹들이 잘 하지 않았던 반항 서사를 가져왔다. '방황하는 청춘'이라는 청춘물 서사 핵심을 정말 잘 담아냈고 노래도 매우 스타일리시했다"며 "음악적으로도 현지 음악과 접점이 커서 좋은 기록을 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 팬들의 요구로 아이돌 노래에 담긴 '여성혐오적 가사'에 대한 문제제기가 본격적으로 공론화됐다는 점도 화제가 됐다. 김윤하는 "여성혐오 공론화 계정이 활동을 시작하는 등 다양한 팬덤들에서 자신의 생각, 니즈를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팬들이 늘어났다"고, 미묘는 "팬덤 내에서는 어쩌면 '위험할 수도 있는' 주장을 욕 먹는 것을 감수하고 공론화해 '오피셜한 피드백'을 받아냈다는 것은 중요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1세대

2016년에 다시 돌아온 젝스키스, S.E.S. (사진=YG/SM엔터테인먼트 제공)
2016년은 1990년대를 풍미했던 '1세대 아이돌'들의 화려한 컴백이 본격화된 해이기도 했다. '무한도전-토토가2'를 통해 팬들과 감동적인 만남을 이뤘고, 최근 새 앨범을 내고 활발히 활동 중인 젝스키스가 대표적이다. 원조 '요정돌' S.E.S. 역시 과거 곡을 리메이크한 음원을 발매하고 연말 콘서트, 리얼리티 촬영 등으로 활동에 시동을 걸고 있다. 그러나 기대감을 안고 컴백한 것에 비해 들고 나온 결과물은 아쉽다는 반응이다.

김윤하는 "두 그룹 다 15년 더 전에 활동하던 팀임에도 불구하고 예전 콘텐츠를 봐도 촌스럽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을 다시 소화하는 2016년의 제작사들의 센스가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다. 자신 예전곡을 리메이크한다거나 젝키의 '세 단어'라든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모를 정도로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미묘는 "추억 외에 다른 요인으로 소비할 이유가 없어지는 콘텐츠여서 아쉬웠다"며 "(비슷한 시기에 활동을 했던) 신화와 이효리는 중간에 부침이 있었으나 끊임없는 현재화를 통해 '여전히 사랑할 수밖에 없는 매력'을 증명해 냈다. 그런 단계를 거치지 않고 냉동됐다가 부활했을 때, 시간의 갭을 납득시킬 수 있는 결과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여자친구-트와이스

여자친구와 트와이스 (사진=자료사진)
지난해 데뷔 당시부터 화제를 모았고 대중과 팬덤 양쪽이 급속도로 성장하며 어느새 '대세'가 된 '여자친구'와 '트와이스'는 다시 돌아온 '소녀들의 시대'를 대표하는 그룹이다. 미묘와 김윤하는 S.E.S.-핑클, 소녀시대-원더걸스 이후 가장 주목받는 걸그룹 라이벌 구도라고 바라봤다.

미묘는 "여자친구는 중소기획사에서 굉장히 날카로운 기획력으로 빵 터뜨렸고, 트와이스는 JYP에서만 가능한 인력 풀에 JYP 노하우가 들어갔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더 많은 사람들이 두 그룹의 콘텐츠를 더 원하고 있는 상태다. 지금 여자친구와 트와이스를 모르는 사람은 없는 정도니, 대중성과 팬덤 둘 다 잡았다고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윤하는 "박진영 씨가 '대중적으로 사랑받을 만한 여성'을 집어내는 능력만큼은 굉장히 비상하다고 본다. 트와이스는 한두 곡 정도는 아무거나 내놔도 잘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여자친구는 학교 3부작이 끝나고 정규앨범이 나왔는데, 다음에 뭘 보여주느냐에 달린 것 같다"고 말했다.

#3대기획사

SM, YG, JYP 엔터테인먼트
그렇다면 SM, YG, JYP로 대표되는 국내 3대 기획사의 2016년은 어땠을까. 미묘와 김윤하는 가장 성과가 괜찮았던 곳으로 공통되게 'JYP'를 꼽았다.

김윤하는 "JYP는 8~10년 되어가는 그룹은 스스로 자기 색깔 만들 정도로 성장했다. 성공 여부는 달랐지만 원더걸스와 2PM 모두 프로듀싱할 정도로 컸고, 갓세븐은 탄탄한 팬덤을 갖고 있고 트와이스는 정말 강력한 원 펀치를 날렸다. 다들 올바르게 살 길을 찾아가고 있어서 걱정거리가 없는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미묘는 '좋은 음악'을 만들고자 하는 JYP의 노력을 짚었다. 미묘는 "갓세븐의 두 앨범이 다 좋았고 2PM도 근사한 남성상을 보여줬다. 트와이스의 두 EP가 좀 산만한 느낌이 있었지만, (기획사 차원에서) 좋은 음악을 만들겠다는 의지로 똘똘 뭉쳐있는 것 같아서 인상적이다. 특히 A&R 마감이 좋고, 콜라보하는 아티스트 선정도 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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